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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Dec 20. 2022

책으로 껌 좀 씹어보니 그게 그렇더군요 ㊶

- 억지로 읽기 - 

<책으로 껌 좀 씹어보니 그게 그렇더군요 -  억지로 읽기>


대부분의 독서 전문가들이 독서에 관한 조언을 할 때, 어떤 책을 읽다가 읽기 싫으면 얼마든지 중간에 그만 읽으라는 말을 금언처럼 하더군요. 세상에 좋은 책은 많고 많으니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어도 중간에 재미를 잃거나 계속 읽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과감히 책을 덮으라는 조언입니다. 독서 인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떡해서라도 사람들이 독서에 흥미를 느끼면서 책 읽는 습관이 붙도록 유도하려면 말이지요.


하지만, 저는 독서 전문가들의 조언과는 전혀 다른 책 읽기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웬만해선 한번 잡은 책은 절대로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지 않는 강단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책 중에서 관심이 가거나 좋은 책이라 여겨 선택한 책은 그 나름대로의 충분한 과정을 거쳐 제 손에 잡힌 책입니다. 때로는 왜 이런 책을 잡았는지 제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읽는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가고 지루함의 연속이지만 결국은 읽어냅니다.    


중간에 읽기를 멈춘 책들이 아주 가끔 있는데, 대개는 '자기 계발서'입니다. 맹목적인 '하면 된다' 혹은 '무한 긍정 사고'를 심어주려 노력하는 책들 말입니다. 저자 자신도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또는 짧은 시간 동안의 성취가 전부임에도 저자는 과대 포장하여 사람들을 자극합니다. 자기도 이루었고, 위대한 사람들은 다 이루었는데 왜 당신만 못하느냐고 '압박' 합니다. 평생 감정과 욕망에 휘둘리며 자신을 소모시키는 그런 방법만을 강요하는 책들은 도저히 끝까지 읽어낼 인내심이 없었습니다. 


당장 집어던지고 싶은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의 성취감과 후회 비율을 따진다면 대략 9 대 1(10 중에서)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성취감이 훨씬 크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지루하고 읽기 가혹한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은 제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책을 읽으면서 귀한 시간을 낭비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 경우도 있지만, 비율에 의지해서 억지로라도 끝까지 읽는 습관은 지속할 예정입니다. 미련하고 바보 같은 책 읽기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 낭비일 수도 있는 억지로 읽는 책 읽기에서 성취감 외에 얻는 것이 있다면 어렵거나 지루한 책을 읽어내는 내공이 쌓인다는 점입니다. 또한 글쓰기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거나, 저자는 왜 이런 식으로 글을 쓸까 하는 의문과 함께 이런 책의 의미나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식 사고의 확장이 이어집니다. 지루한 읽기가 계속되면 오히려 문장을 곱씹으며 읽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는 총시간은 늘어나지만 문장이나 문단을 좀 더 세밀하게 읽어내는 덕분에 '문장과 문단 공부'를 한다고나 할까요. 


저의 이런 억지로 읽는 습관은 독서 습관을 들이려고 마음을 다잡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적합한 방법은 아니며 섣불리 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모든 책을 그렇게 자기 입맛대로 읽을 수는 없다는 점과 함께, 자칫하다가는 좋은 독서 습관을 들이기는커녕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기 어려워지거나, 조금만 어렵거나 지루해도 중간에 포기하는 습관이 들까 봐 걱정이 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독서 방법론에서도 정해진 규칙은 그저 규칙일 따름입니다. 결국은 규칙을 버려야 하는, 규칙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방법이나 루틴을 찾는 게 가장 현명한 처사입니다.  


억지로 읽지 않으려면 일단 읽을 책을 잘 골라야 합니다. 고전부터 추천도서나 권장도서 목록은 물론 현시대의 베스트셀러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전은 번역자와 출판사마다 제각각이니, 원전 번역인지 중역인지 편역인지도 점검하면서 자신의 독해 수준과 글밥 분량을 함께 검토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책은 자신에게도 좋을 확률이 높습니다만, 자기 계발서 유의 책들은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고, 자신이 읽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독해 수준인지 가장 먼저 따져보아야 합니다.  

제가 책으로 껌 좀 씹어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독서 습관 유지를 위해 책을 억지로 읽어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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