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병명. 넌 또 누구니..?
교수님이 오후 회진 날이라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하나 남은 항암제를 어떻게 투여할 것인가도 묻고 싶어 침상에 걸터앉아 다소곳이 있었다.
이윽고 오시더니 2차 조직 검사 결과 양상이 아직 다 나오진 않았지만 공격적인 반응과 광범위한 뼈 내부 종양 발현으로 보아 드물지만 소아에게 주로 일어나는 아주 공격적인 버킷림프종인 거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 B세포 림프종 계열이긴 하나 그나마 흔하고 예후가 좋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길 바랐는데 아니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어차피 B세포 림프종과 버킷림프종은 같은 약제를 씁니다 그 투여량 차이만 있을 뿐이죠. 하루 맞을 거 3일로 늘려 고용량으로 투여해서 확실히 잡겠습니다."
의지에 찬 목소리에 그나마 한시름 덜어지는 듯했다 역시 환자는 선생님의 말투 행동 그 몸짓 하나하나에 희망이 왔다 갔다 한다.
기존이 R-CHOP 치료 방법이었다면 앞으로 시행될 것은 Hyper -CVAD라 불리는 치료법이 시행될 거라 하셨다. 이 치료법은 상당히 새로워 보이지만 기존 R-CHOP 치료법에 척수강내 항암제주입술과 하나 남은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하루 맞을 걸 3시간가량 3일 동안 고용량으로 투여하는 것뿐이다.
척수강내 항암제주입술은 뇌 척수관은 단단한 것으로 둘러싸여 있어 항암제가 투입을 잘 못 해 직접 주사로 척추뼈 사이를 찔러 척수관에 항암제를 주입하는 것이다. 뇌와 척수를 암으로부터 보호하는 거다.
이렇게 말을 하니 요즘 참 암을 공부를 많이도 하는 거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따로 있는데..
부작용으로는 급성 폐렴, 골수 생성 억제, 혈소판 감소, 구토, 오심, 신장 기능 저하, 소뇌 독성으로 인한 운동 기능 실조 등등 뭐 이젠 빠지면 섭섭한 것들이다.
이 모든 부작용이 있어도 난 해야만 한다 안 그럼 암이 나를 흔적도 없이 집어삼킨다..
뜻하지 않은 동거를 하게 돼버렸다 월세는 안 받아도 되니 이번에 바뀐 치료로 퇴거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오늘 16일 수요일부터 18일 금요일까지 1차 마지막 항암제를 맞는다. 그럼 난 드디어 항암 첫 시작을 끝낸 암 환자가 되는 것이다.
암을 이겨낸 후 난 소방관이 되고 싶다.
소방관이라 함은 늘 불확실함 속에서 확실함을 찾아야 하고 희망과 빛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있을 구조대상자는 오매불망 소방관만 기다린다. 지금 내 몸은 소방관이 필요하다.
내 몸의 주인인 나는 불확실함 속에서 이젠 확실함과 희망과 빛을 찾아내주어야 한다.
이 아픈 시련을 버티고 나서 해방이 된다면 소방관을 준비할 수 있는 자격이 조금이라도 갖춰질 거라 믿는다. 죽음은 두렵다 하지만 난 선택했다. 죽음을 마주 보아야 어떤 형태로 내게 오는지 알 수가 있다. 불길이 무서워 등을 돌리면 그대로 먹힌다. 나 또한 치료 과정과 부작용이 무서워 등을 돌리면 그대로 먹힌다.
아프고 난 후 국가 의료시스템과 국민의 세금으로 치료를 경험하고 있다. 아무리 의료 대란이라지만 높은 금액의 항암제 보험 적용과 의료진들의 고군분투를 난 두 눈과 몸으로 직접 느꼈다.
부디 내게 이런 감사함을 국가와 국민께 보답드릴 수 있게 삶이 허락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