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본다는 건
병원 영양사분에게 항암 부작용으로 도저히 입맛이 없을 때 아이스크림처럼 먹고 싶은 걸 먹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져서 엄마에게 그제부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보챘다.
그렇게 우린 오늘 아침을 먹고 엄마는 "사 올게" 하며
병실 문을 나섰다.
이윽고 검은 비닐봉지에 고이 쌓여 온 의문의 물체.
머리부터 올라오는 색감이 영락없는 더블 비안코..
흰색 몸통에 화려한 빨간 줄.
레이스처럼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자태.
한입 베어무니 순식간에 2017년도 9월로 내 기억은
되돌아갔다. 갑자기 나온 저 날짜는 뭐냐 바로
내 군입대 날!
친구 따라 강남 말고 해병대를 갔고 훈련단에 입소를
하기 위해 포항으로 내려갔던 날이다.
미친 짓이었지..
사회인의 물을 빼기 위해 유치하면서도 힘들게 굴리며
하루종일 쥐 잡듯 하는 곳.
먹는 것, 싸는 것, 움직이는 것 어느 것 하나 자유가 없었다. 배식을 받는데 어찌나 조금씩 주던지..
배식 당번이 되는 날은 축제다.
남들이 먹다 버린 배식 통 위는 깨끗해서 덜어 먹을 수 있어서였다. 그 정도로 배고프고 늘 부족했다.
훈련단에선 주말마다 종교를 정해 활동에 참가할 수 있었다. 군인들은 종교에서 나눠주는 사제 음식(사회 음식이라는 별칭이다)에 따라 종교가 일주일마다 바뀌었다. 물론 나도다.
어느 날은 불교에서 햄버거가 나왔는데 나는 초코파이를 받은 교회로 가서 그때 예수님이 어찌나 미웠는지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래도 그 초코파이가 그렇게나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극한의 제한 속에서 맛보는 일상에서의 맛은 정말 마약보다도 강렬하고 중독성이 있었다.
병실 침상에 앉아 조금씩 베어 물며 먹는 아이스크림
더블비안코가 지금 그때의 초코파이 느낌이다.
살아 있으니 이로 씹어 혀로 느끼며 목으로 넘겨서 맛을 보고 있을 수 있다.
일상에서 "에이, 다른 거나 먹자" 하며 넘겼던 초코파이와 더블 비안코가 내겐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 느끼는 이 맛이 그저 너무나 소중하다.
일상.. 그 일상이 너무나 그립다..
더블 비안코와 초코파이를 다시 일상에서
맛이 없어도 되니 그저 평범하게 맛볼 수 있는
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저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