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가족이 상처 입는 것
엄마의 개인적 일정으로 인해 오늘 밤은 아빠와 교대하는 날이다.
오전부터 덩치가 크신 아빠의 잠자리를 걱정하며 최적의 자세를 연구하시던 엄마는 마침내 찾으시고는 내게 신신당부하며 알려주셨다.
엄마 아빠 어차피 그래도 불편해..
너무 미안해진다..
정년퇴직 다 앞두고 이제 슬그머니
화재 현장에서도 쉬려는 사이 아들은 암에 걸려
병실에서 항암 부작용으로 기진맥진하며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걸 보고 있다.
나는 안다 아픈 가족을 지켜만 봐야 하는 그 야속함과 타들어가는 마음을..
겨우 열과 감기로도 걱정 근심이 일렁이는데 암이면 오죽할까.
내일까지 맞으면 끝이 나는 항암제는 부작용이
방광 출혈을 일으키는 약물이다.
그래서 물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갈 삼키는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는 상태..
엄마가 밤에 교대하면서 연신 아버지에게 주문을 넣는다. "물을 꼭 섭취하게 해 힘들어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이성이 끊어졌다.
어련히 알아서 집어 마실까 가뜩이나 힘든 거 뻔히
알 텐데 자꾸만 먹는 행위를 강조하니 구토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엄마 빨리 가 제발" 일순간 엄마는 표정이 구겨지셨고 나는 미쳤던 건지 속사포로 연이어 말했다.
"본인 기분만 앞세워서 내 기분 모르지?"
순간 말해놓고도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아프고 난 후로 매번 하는 사랑한다는 인사를 어머니는 오늘 내게서 듣지 않은 채 서둘러 병실 문을 박차고 나가셨다.
아프다는 건 나만 아픈 게 아니다.
아픔의 고통은 공기를 타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안착이 된다.
조금의 실수가 평생의 서운한 상처로 각인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내야 한다.
살아서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 내가 보살피고 다듬으며 같이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