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엔딩
3월, 괜히 봄바람에 마음이 간지러운 달이다.
봄바람 때문인지, 작게 움튼 새싹봉우리 때문인지,
혹은 퇴사를 말한 홀가분함 때문인지 나의 맘도 살랑이고 있다.
연말부터 2월까지 이어진 나의 절망들이 한 조각씩 모여 결국 퇴사를 이뤄냈다.
3월 첫째 주 퇴사를 말하고나서부터 나의 얼굴엔 미소가 다시 생겼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었고,
부사수의 실수에 관대해졌다.
내가 퇴사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내 몸과 마음으로 힘듦이 표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었지만 회사에서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다.
울더라도 집에 가서, 회사 근처를 벗어나서 울었다.
하지만 회사 화장실에서 한숨과 함께 울던 날을 겪고 내가 진짜 힘들어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바로 몸살에 걸렸다.
몸살감기는 거의 2주가량 잔잔하게 나를 힘들게 했다.
나의 업무를 알아주지 않는다.
대표님이 흘러가듯 "프론트엔드는 쉬워, 중요하고 어려운 건 백엔드(데이터)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기분은 상했지만 그분의 생각이자 고정관념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생각이 태도로 드러나는 순간들은 조금은 슬펐다.
그래도 내가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일인데,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듯이, 별거 아니라는 듯한 언행은 대표님임에도 무례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일정에 맞춰 기능을 구현해주고 있는데, 맞춰주면 본전이고
못 맞추면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이제는 견디기 힘들다.
퇴사 면담 이후의 피드백
이게 가장 퇴사를 결정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
퇴사 의사를 전달드리고 이후 이어진 2차 면담에서의 대표의 답변이 아래와 같았다.
한 달 정도 개선되는지 지켜보고 다시 얘기하자.
그때도 생각이 같다면 붙잡지 않을게...
저 말이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다음 사람을 뽑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일단 한 달만 더 다니고 그다음에 퇴사해^^!"
사실상 회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불투명한 말로 붙잡힐 거라 생각한 것이 웃기다.
만약 정말 변할 생각이었다면 어떻게 언제부터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건지를 설명했어야 했다.
비록 11월부터 지금까지 구하지 못했지만,
내 업무가 대표님의 생각대로 그다지 어렵지않고,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후임자를 구하는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