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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Oct 14. 2023

장한나 & 미샤 마이스키 with 디토 오케스트라

스승과 제자의 만남, 거장과 거장의 만남

공연 기록

2023/09/24(일) 17: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층 D블록 6열

100분(인터미션 15분)

95,000원(골드회원 할인)


첼로 미샤 마이스키 Mischa Maisky

지휘 장한나

DITTO Orchestra


지휘자 장한나가 11년 만에 한국에서
스승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함께 공연을 펼친다.

어렸을 때 뉴스에서나 봤던 첼리스트 장한나의 지휘자로서의 공연일 뿐만 아니라, 그녀의 스승이었던 미샤 마이스키와의 협연이라니.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인답게 극장이 가득 찼고, 장한나 님의 오랜 팬들처럼 보이는 분들도 엄청 많은 것 같았다.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ín Dvořák)의 첼로 협주곡과 너무나 유명한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로 구성된 오늘의 프로그램은 추석과 잘 어울리는 곡들이었다. 한창 체코 출신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있던 터라 그런지, 오늘 음악을 들으며 책의 내용도 떠올라서 더욱 재밌었다. 





프로그램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교향곡 9번 e단조 Op.95 '신세계로부터'
Symphony No.9 in E minor "From the New World" 

(1부 앵콜)
Johann Bach - Cello Suite No. 2 in D minor, BWV 1008: IV. Sarabande 

(2부 앵콜)
Manuel de Falla - Danse Rituelle Du Feu
Sergei Rachmaninoff - Vocalise


첼로 협주곡을 들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 아리랑을 교향곡화 했으면 이랬을까’였다. 드보르자크가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도 오늘처럼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가을이었다고 한다. 그가 고향을 그리며 만들었던 작품답게, 음악 전체에 흐르는 보헤미안 음색과 감성에서 그의 향수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주제의 변주가 굉장히 다양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첼로와 각 파트의 소통, 오케스트라 전체와의 소통이 매우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고, 정말 끊임없이 소통한다는 것이었다. 첼로와 호른, 첼로와 바이올린, 첼로와 플루트,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첼로와 클라리넷- 그리고 점점 오케스트라 전체로 흘러가는 전개까지,

왜 이 작품이 첼로 협주곡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인지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은 악기의 빌드업, 악기 소리가 하나하나 쌓여가는 것이 소름 끼치게 멋있었다. 


축구 90분 경기동안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하고 교체하는 감독처럼, 드보르자크도 이 교향곡의 처음과 끝을 모두 머릿속에 그린 후 악기의 음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율을 고르고 골라서 순서를 배치한 것처럼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변주가 감동적이었다. 클래식 곡 해설을 보면 ‘변주’라는 말이 참 많이 나오는데, 이곡처럼 변주가 잘 들리는 곡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악장은 1악장에 비해 너무 느려져서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교향곡 9번 아닌가. 장한나 지휘자 역시 포디움 없이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다만 너무 연기하는 피아니스트를 별로 선호하진 않는 것처럼.. 내가 선호하는 지휘 스타일인지는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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