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절친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맡게 되었다. 영광스럽고도 식장에 있는 친구의 가족들까지 듣는 자리라 나름 밤마다 고민하며 썼는데, 덤덤해 보이지만 눈물 흘리며 써 내려간 편지를 기록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라의 약대 동기 ㅇㅇㅇ입니다. 저희 동기들 사이에선 본명 보다 더 많이 불리는 ‘핑키’라는 별명을 지은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벌써 10년 가까이 된, 오티 숙소에서 세라를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합니다. 너무 세련되고 화려하게 예쁜 모습에 왠지 모를 거리감이 들어 ‘아 쟤는 나랑 친구 안 해주겠다’ 란 생각이 들었었는데 사실 세라가 세상 순수하고 귀여운 친구라는 걸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스물셋의 우리는 함께 이곳저곳 여행도 다녔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울고 웃고, 그러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며 고군분투하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냈는데 세라는 어느새 멋지게 약국을 운영하고 오랜 연인이었던 준완 오빠와 이렇게 식장에 섰네요.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세라는 이렇게 늘 사랑스럽고 마냥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친구 같다가도, 본인의 길을 똑 부러지게 추진해 나가고 멋있는 결과를 실현해 내는 본받고 싶은 친구이기도 합니다.
또 누구보다 상대를 대할 때 알맞은 온도를 맞춰주는 따뜻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게 힘든 일이 있을 때 늘 조용히 경청해 주고 세상 심각했던 일들도 절대적인 응원으로 가볍게 치부할 수 있게 해주는 세라의 위로 방식은 늘 저의 믿을 구석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에겐 소중하고 귀한 친구인 세라가 그만큼 좋은 사람인 준완 오빠와 평생을 함께 하게 되어 기쁩니다. 세라 너머로 느껴지는 준완 오빠는, 밝고 감정의 결이 투명한 세라의 옆에서 우직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포용해 주는 안정감 있는 사람입니다. 세라의 안정감과 밝은 기운이 준완 오빠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수려한 용모 또한 약대 캠퍼스를 주름잡던 세련된 비주얼 커플 타이틀에 걸맞았으니, 두 사람을 보면 아직도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의 결혼식 이후로 세라에겐 부모님의 딸, 우리의 친구 외에 또 다른 역할이 생겨나겠지요. 준완오빠의 아내, 시부모님의 며느리 그리고 훗날엔 누군가의 엄마로요. 책임감과 함께 그걸 넘어서는 행복도 생길 겁니다. 그러나 너의 반 발짝 뒤에 너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줄 우리가 그대로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또 너의 옆에서 함께 동행해 줄 너의 편이 이렇게 많이 생겼으니, 어떤 길도 주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기를,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랄게. 결혼 축하해 핑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