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성장 Nov 06. 2023

떨어지는 낙엽

 어느 날부터인가 아버지께서 숨을 쉬는 게 어렵다고 하셨다. 그리고 배에서 쥐가 자꾸 난다고 말씀하셨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마그네슘 드세요. 아버지. 우울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우울할 때 저도 숨이 잘 안 쉬어지곤 했어요.” 나는 건조한 말투로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아버지의 체중이 급격한 속도로 줄어들었다. 원래 크론병이 있으셨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내과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답답할 노릇이지만 그렇게 퇴원을 하셨다. 아버지는 어디서 들으셨는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때는 소리를 질러보는 게 좋다고 했다며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셨다. 그리고 차 안이 편하다며 낡은 SUV차 시트 위에서 주무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아버지는 담담하셨다. 고집스러운 할머니의 수발을 힘들게 드시던 어머니는 오히려 통곡하셨다. 아버지는 염을 하는 순간에도 숨 쉬는 게 버거우신지 제대로 우시지도 못하셨다. 할머니의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아버지는 힘이 드시다며 집에 먼저 가시겠다고 했다. 아버지를 집까지 모시고 가면서 아버지의 손을 보았다. 그때 발견 했다. 아버지의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 사이, 살과 근육으로 두터워야 하는 그 자리가 푹 꺼져있었다. 그 순간 내 심장도 푹 꺼지는 듯했다. 의심되는 병이 있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할머니의 장례를 마친 다음날 나는 아버지에게 빨리 신경과에 가보자고 했다. 한 빌딩을 병원으로 쓰는 제법 큰 병원. 그곳 신경과에 아버지와 함께 갔다. 아버지 손, 움푹 꺼진 그 자리를 내 젊은 손으로 틀어막을 수 있는 것 마냥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신경과 의사를 만났다. 아버지의 손을 본 신경과 의사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나에게 들켰다. 아버지에게 잠깐 먼저 나가계시라고 말했다. 내 말에 따라 순수히 나가시는 아버지의 축 처진 뒷모습은 마냥 어린아이 같았다. 아버지가 나가신 걸 확인한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루게릭..
그거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작가의 이전글 에덴동산에 없던 한 가지, 전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