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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ㅑㅇ Sep 02. 2024

“엄마가 되어 줄래?”라고 프러포즈하는 남자

[고전이 재밌다] 피터팬 1편


피터팬은 그녀에게 엄마가 되어달라고 했습니다.



네버랜드에 사는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줄 엄마가 필요하다고. 웬디에게 자기와 함께 가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달라고 프러포즈했습니다. 이거 참. 곤란합니다. 생일선물로 고무장갑이나 청소기를 선물받는 것 같아요. 엄마라는 단어에는 좀 더 피곤한 일상과 막중한 책임이 있어 보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프러포즈한다면 딱 거절하고 싶어요. 웬디도 말리고 싶습니다.



한 가지 정상참작이 가능한 부분은 피터가 어린아이라는 점입니다.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 진주같이 하얀 유치가 나 있는 아이죠. 저희 집 10살에게 물어보니 어린아이로부터 '엄마가 되어줄래'란 말을 들으면, 같이 놀아줄 것 같다네요! 어른 엄마는 발끈했는데. 아이들에게 '엄마'는 이야기해주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 느낌인가 봅니다. 



확실히 <피터팬>은 어른보다는 아이의 마음으로 보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는 아이들에게 직접 말해주듯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번 편에서는 <피터팬>의 작가에 대해, 그리고 완역본 <피터팬>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나눴어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1953년작 디즈니 만화 <피터팬>과는 또 다른 이야기거든요.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8852/episodes/24991536



<피터팬>의 시작은 연극이었다고 합니다. 영국 켄싱턴 공원에서 친구 데이비스의 아이들에게 해주던 연극이요. 저도 연극으로 <피터팬> 이야기를 처음 접했어요. 책에 "요정을 믿나요?"라고 직접 물어보는 문장도 나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깜짝 놀랐습니다만, 아이들과 대화하며 읽어주기에 최적화된 책이더라고요. 



1860년생 아홉 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제임스 매튜 배리. 그는 키가 겨우 150센티미터가 될까 말까 할 정도의 작은 키에 아주 수줍었다고 합니다. 배리가 여섯 살이 되던 해, 형 데이비드가 죽자 (친구는 데이비스, 형은 데이비드) 배리는 그의 형 대신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유년을 보냅니다. (비룡소 책 옮긴이의 말 인용). 



엄마의 상심이 매우 컸던 걸까요. 작가의 감성이 유난히 섬세했던 걸까요. 그의 마음에 '엄마'가 커다란 구멍으로 남았던 모양입니다.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투영된 듯 하네요. 제임스 본인은 아이가 없었고, 친구 데이비스의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했다고 합니다. 훗날, 그 아이들의 부모가 모두 죽자 입양해서 맡아줍니다. 한 명도 힘들 텐데, 다섯 명 모두!



책 속의 부모 모습이 남다르게 보입니다. 웬디의 엄마는 네버랜드로 날아간 아이들을 위해 한결같이 창문을 열어두고 기다려줬고. 아빠 달링 씨는 본인의 아이들뿐 아니라 함께 돌아온 네버랜드 아이들을 모두 거두어줍니다. <피터팬>은 작가의 진짜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네요. 부모의 길에 피곤과 책임뿐 아니라 커다란 기쁨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봅니다. 뭐. 물론. 그 기쁨은 대부분 미취학 아동일 때까지 느끼는 것이긴 합니다만. 



"엄마가 되어줄래?" 이건 그가 받고 싶던 프러포즈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Unsplash  - Ben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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