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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ㅑㅇ Mar 26. 2024

설악산 하드웨어

거대한 것을 대하는 하찮은 생각


주말에 속초에 다녀왔다.

따뜻하고 맑은 날씨였고.


눈 내린 설악산을 봤다.



설악산 울산바위와 구름


낮. 속초 고성 어디를 가도 산이 거기 있었다.

밤. 쌓인 눈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산. 항상 거기 그렇게 있었다.


밤 산책 중 마주친 설악산



가족들과

주말을 보내고

평일을 준비하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거대한 저 산을 넘어갈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걱정과 압박감이 들었다.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저 산을 넘어 다녔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산 너머를 꿈꾸고 실행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저기에 도로를 놓고 건물을 지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난 역시

산의 위용에 대해 끄적이거나

풍류 즐기는 것만 할 수 있는 쪽이지만.

딱 그 정도 짬인 것 같지만.


저 산을 넘어가 뭔가 뜻을 이루거나

광활한 바다를 건너가거나

도로를 건설하거나

배를 만들거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주변에

병풍처럼 서있다.

저 눈 쌓인 거대한 설악산처럼.

손에 잡히는 실체, 하드웨어를 만들거나

거대한 구조물이 돼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저 산을 어떻게 넘어간담

한없이 작은 나를 보며

위축됐더랬다.


뭐. 집엔 잘 돌아왔다

누군가 만들어둔 자동차를 타고

누군가 놓아둔 도로와 터널과 다리를 지나

누군가 지어둔 건물의 집으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덕으로 잘 넘어왔다


내가 한 일은?

운전을 했고 기록을 했다…!


나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는 못 돼도.

거대한 산은 못 돼도.

나그네는 될 수 있을지도.

어느 몸뚱이의 등뼈나 심장은 될 수 없어도.

장내 미생물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산악박물관 옥상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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