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재밌다] 데미안 1편
나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요?
헤르만 헤세의 1919년작 소설<데미안>은 '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목이 ‘데미안’이라 데미안이란 사람에 대해 말할 것 같지만, 서문을 읽다보면 내 얘기를 하고 있단 착각이 듭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서시 같아요. 이런 책 요즘 많을 것 같지만, 데미안은 그 중에서도 빛이 납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보는 서문은 더 뭉클해요.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숲 속 오솔길을 상상합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는 그 길을 걷습니다. 멀리서 알 수 없는 동물의 울음소리도 들리고, 두렵기도 하지만. 이 길이 어디로 이르는지 나는 압니다. 거기에는 내가 있어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가요?
이렇게나 부족하고, 제멋대로에, 휘둘리는데?
'그렇다'고, 사려깊은 헤세는 말합니다.
헷세가 이야기해주는 '나'는 아주 고귀해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연이 '인간이길 기원하며 던진 돌'이거든요. 물론 더러는 사람이 되지 못하기도 하지만, 누구나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고 단언해요. 스스로 나 자신에 이르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해요. 결코 쉽지 않지만 궁극의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책을 읽다보면, 어쩐지 위안받는 같은 기분이 들어요. 누가 나를 이렇게 귀하게 봐주던가요.
하긴. 이야기하는 방식은 좀 다르지만, 오스카 와일드도 일찍이 '세상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것'이자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기 자신 뿐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그것은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단일 뿐. 이 세상에 정말 탐구할 가치가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인거죠.
오늘은 데미안 서문 함께 읽고 떠듭니다. 책 <데미안>에 가득하다는 융 심리학이니 이런 저런 철학이니 잘 몰라도, 책이 평범한 나에게 건네는 위안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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