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재밌다] 데미안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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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려 주는 좋은 책이죠. 다만 끝까지 읽는데 꽤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데미안의 엄마, Eva 에바 부인이요. 요즘 말로 완전 에바(Over)거든요. 오늘은 이 난이도 최상의 인물 에바 부인과 소설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싱클레어의 묘사에 따르면 그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키가 크고
거의 남자 같은 여성의 모습,
아들과 비슷한데 어머니다운 표정,
엄격한 표정,
깊은 열정의 표정을 지녔으며,
아름다우면서 유혹적이고,
아름다우면서 접근할 수 없었다.
수호자이자 어머니,
운명이자 연인이었다.(p.174 민음사)
그녀의 목소리는 깊고 따뜻했다.
나는 감미로운 포도주인 듯
그 목소리를 들이켰다.
그리고 이제 눈을 들어
그녀의 고요한 얼굴을,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검은 눈을
들여다보았다.
신선하고 성숙한 입을,
자유롭고 당당한,
그 표적을 지닌 이마를
쳐다보았다.(p.185 민음사)
아니?! 친구 엄마에 대해 이렇게 얘기해도 되나요?
콩깍지가 씌워도 단단히 씌었지요. 친구 엄마이자 선생님과 결혼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애시절 느꼈던 감정이 저런 것이었을까요? 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집니다.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하는 사람은, 그러니까 예민한 사람은, 어느 정도 안정되고 존경스러우면서 미스터리한 연상의 인물에 끌리긴 하잖아요. 쓸은 '루 살로메'가 에바 부인의 실제 모델이었을 것이다고 얘기합니다. 니체와 릴케의 연인으로도 알려진, 헤세보다 한 세대 앞선 그녀요. 들어보시면, 꽤 설득력 있습니다.
난해한 이야기는 또 있어요. 전쟁이 일어나고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참전해요. 포탄이 날아와 싱클레어가 다치는 장면이 대단합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처럼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그려졌거든요. 아니?! 전쟁이 이래도 되나요? 에바 부인의 '이마에서 별들이 튀어나와 찬란한 포물선을 그리며(p.216)' 날아오는데, 그중 하나가 자신에게로 떨어지거든요. 싱클레어는 그렇게 부상을 입고 실려갑니다. 마지막에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전해주는 에바 부인의 키스도 참 곤란합니다.
나리는 이 전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만물이 생성 붕괴 생성 붕괴를 반복하고 변화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쟁은 세상을 뒤엎고 새로 시작하는,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고요. 이런 논문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도 다가온다고요. 그래서 책 속 전쟁이 잔혹하게 그려지기보다 흥분되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묘사된 것 같다고요. 이 또한 들어보시면, 꽤 설득력 있습니다.
쟝도 말해요. 이것은 현실이라기보다 싱클레어라는 한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데미안이 에바의 키스를 전해주며 싱클레어와 합일된 후, 현실이 시작되고 그제야 부상당한 신체의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다고요. 부연하자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라일리 안에 기쁨이, 불안이, 따분이가 살면서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듯이. 싱클레어 안에 아버지(페르소나), 데미안(에고), 피스토리우스(셀프로의 안내자), 크로머(그림자), 에바 부인(아니마 아니무스)이 살면서 이런저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니는 마지막 챕터, '종말의 시작'을 통해 끝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대요. 아름답습니다. 기독교도인 아지는 에바 부인이 신이자 꿈이고, 데미안은 신에게 다다르는 천사, 메신저이자 열쇠 같은 존재로 봤대요. 좀 그럴듯하지 않나요? 책 읽는데 정답이 있겠습니까. 10명이 읽으면 10가지 이상의 방향에서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는 것이죠. 고전 문학은 그런 면에서 꽤 열려 있다고 봅니다. 이의를 제기할 작가가 제 세상에 있거든요.
여러분이 보는 <데미안>의 결말은 어떤 모습인가요?
*<고전이 재밌다>는 한 달 쉬어갑니다*
*휴가 다녀올게요. 여러분도 즐겁고 건강하고 충만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전이 재밌다>는 엄지 (예비) 작가들이 책을 읽고 수다 떠는 이야기입니다. 나리, 쓸, 하니, 아지, 쟝, 이렇게 5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톡에서 엄지손가락으로 떠들다 쓰기 시작해서 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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