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멕켄지 Nov 03. 2022

내가 낳은 아이가 버거울 때

독박 육아 3주째다. 한 달간 직장 연수 때문에 주말에만 오는 남편 상황 때문에 두 돌, 세돌 되는 아이 둘을 오롯이 내가 봐야 하는 상황이 왔다. 에너지 넘치는 첫째 아들의 활력을 담당했던 남편이 사라지자 그 빈 공간을 체력적인 한계가 나에게 먼저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에게 더 시급하고 힘들었던 것은 아이의 변화이다. 한 달 전부터 아이가 정서적 부담과 충격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아빠의 연수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갈 때도 손 흔들면서 반갑게 작별 인사했다. 하지만 그건 나와 남편의 착각이었다. 이틀, 사흘 체력적 한계에만 허덕이던 내 삶에 핵폭탄급 정신적 고통이 찾아왔다. 잘 놀던 첫째 아이는 끊임없이 동생을 괴롭혔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화도 내 보고, 좋은 말로 타일러도 보고, 나중에는 도저히 안돼서 아이에게 사정사정하기도 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을 하는 과정은 끊임없이 나를 깎고 다듬는 과정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하드코어 최악의 단계였다.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바닥을 보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분노와 증오를 느끼고 그 끝에는 자괴감과 한숨, 무기력감이 밀려왔다. 단 2주 만에 나는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생명체의 자아를 오롯이 받아들여야 함을 머릿속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이 잘 안 됐다.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나의 무의식 속에는 자꾸 이런 피곤한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사실 내가 나의 부모에게 바랬던 것인데 그것이 채워지지 않은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은 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되물려 주지 못하는 형국이 되었다. 그것을 끊으려면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의지도 생기지 않고 내 자식임에도 나를 힘들게 하는 이 아이가 너무너무 미웠다. 내가 낳은 소중한 소우주임에도 불구하고 하원 시간이 다가오면 가슴이 벌렁거리고 오늘은 어떤 시련과 나의 인내심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이성을 차리며 내 아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나의 따뜻한 품을 기대하는 나의 어린아이 모습을 마주하면서 차츰 마음의 문이 열렸다. 예전만큼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소비하지 않고 아이와 놀이를 하고 학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나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부모가 되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간다. 채워지지 않은 결핍을 아이에게 물려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말이다. 하지만 직면하고 그 공간을 아이의 사랑으로 채워나갈 때 첫 단추가 꿰매 졌다. 내 아이가 그토록 바라는 따뜻한 우주가 되는 엄마의 모습으로... 쉽지 않지만 그게 내가 오늘 하루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고 또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내 아이를 보면서 내 삶이 움직인다는 것을 느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