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멕켄지 Feb 17. 2023

누구에게 화를 가장 많이 내고 있나?

화(火)의 정체

화는 타인에게 냈는데 왜 내가 힘들까?


"누구에게 화를 가장 많이 내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결혼 전에는 엄마였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화를 쏟은 후 아이들 재우고 육퇴 해서 기진맥진 앉아있으면 그 감정의 여파가 다시 나에게 밀물처럼 밀려온다. 아주 불편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하지만 나를 더욱 답답하게 올가미처럼 죄여오는 것은 그 행동에 대한 형량을 오롯이 다시 나에게 주면서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것이다. 화는 아이에게 냈는데 내가 왜 힘들까?



화(火)의 정체


최근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이자 과학자가 하는 말을 듣고 이 얽힌 감정의 열쇠를 찾게 되었다. 우리 인간의 뇌는 나랑 가까운 사람을 마치 자기 자신인처럼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가까운 사람을 마치 나인 마냥 화를 내고 쉽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내가 결혼 전에는 엄마를 그런 존재로, 결혼 후에는 나의 아이들을 마치 나인 양 착각하며 그렇게 감정의 배출 통로로 삼았다는 말이다. 대체적으로 그 부류의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대다수다. 결국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화를 쏟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오늘 아침도 나는 연년생 두 아이를 어린이집 등원시키면서 여느 엄마들처럼 분주하게 푸닥거리하며 허둥지둥 라이딩해서 보냈다. 그러고 돌아왔는데 나만 오롯이 남은 텅 빈 집에서 밀려오는 감정의 후유증이 습관처럼 들어왔다.


첫째가 오전에 자신이 보고 있는 책을 둘째가 가져가서 화난다고 동생을 때렸다. 어제저녁에도 똑같은 일이 있어 좋게 이야기한 적 있었는데 또 그런 것이다. 처음에는 화라는 감정은 절제하고 단호하게 훈육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짐과는 무색하게 점차 언성이 올라가며 아이를 무섭게 몰아붙였고 결국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슬픔, 아이에게 쏟은 화(火)들이 모조리 다시 나에게 돌아와 온 집 안 구석구석 거실과 주방, 안방을 가득 채웠다. 나에게 너그럽지 못해서 채찍질하며 경주마처럼 달려온 내 삶은 내가 낳은 아이들에게도 마치 나인 마냥 그렇게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브런치가 주는 위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사랑하고 용서할 줄 아는 마음, 나를 관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인 것 같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글쓰기가 위로인 나에게 브런치가 있어서...


매주 한편은 꼭 쓰자고 생각했었는데 지난 한 주 바빠서 빠뜨렸더니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라는 브런치의 고마운 알람 독촉(?)을 보고 오늘 아침 나를 위로하는 귀한 시간을 얻는다.


땡큐 브런치~!



Epilogue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
(엡 4:26)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언제 이토록 내 아이를 간절하게 꽉 껴안아 봤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