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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포트킨 Jun 09. 2024

나의 첫 서유럽여행기

2023년 7월 서유럽서 느낀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의 수집기(여섯번째)

난 지금 구글지도를 보면서 작년 그 뜨거웠던 7월 하순 로마를 추억하고 있다. 

그 때 우리가족이 지나왔던 조국의 계단, 바티칸시티, 바티칸미술관! 

특히 바티칸 미술관에서는 수많은 관광객, 순례객들로 미술관 내부에서 이동이 쉽지 않을 정도였는데 내 평생 한번밖에 못 볼 가능성이 농후한 예술작품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글쎄... 한여름에 바티칸시티 방문은 그다지 권장 할만한 곳이 못된다. 난 단지 구름과 같은 후텁지근한 인파에 밀려 USCITA(출구) 만을 찾았을 뿐이다. 

그래도 그때 보았던 조각상 사진 두 장 정도 남겨본다. 예술은 영원한 것이라고들 하더라구..  

바티칸미술관 내 조각상. 로마인들은 늑대의 후예 아니던가..
바티칸 미술관 내 360도 배치된 조각상들. 실제 현장에서 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조각상의 위엄이 꽤 무겁다

로마에서 여러 곳이 인상 깊었지만 난 트레비 분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7월 하순의 그날도 엄청난 땡볕이 쏟아져 내 몸은 벌겋게 익어가는 상태였지만 세계 각지에서 트레비 분수를 보러온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더위는 개의치 않는 듯 흥겨워 보였다. 가장 좋은 위치에서의 사진을 남기기 위하여 무질서하게 보이는 그 많은 인파 속에서도 포토라인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7월 하순, 너무도 뜨거웠던 우리의 삼거리 분수여!!

로마에서 본 방송이 우리가 보기엔 특이한 점이 있다. 외국영화, 이를테면 미국영화를 방송할 때는 자막이 없이 이탈리아어 더빙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전 더빙이 있긴 했지만 암튼 신기했다. 마침, 이탈리아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의 사망(2023년 6월 12일)에 대한 TV 뉴스가 나오던데 그는 한때 이탈리아를 대표했던 정치인, 악동, 괴짜, 광대, 호색한 등등 시대를 풍미한 전무후무한 인물이었다.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서 잠시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Rest In Peace...  


로마에서의 이번여행 마지막 오후는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으며 CONAD라는 슈퍼마켓에서 저녁 먹거리를 사기 위해 그곳을 어슬렁 거렸다. 이것저것 고르긴 했는데 난 엔초비 통조림의 풍미를 기대하고 호기롭게 집어 들었지만 나중에 쌀밥과 같이 먹어보니 생각만큼 훌륭하진 않았다. 비릿한 소금 덩어리.. 그 정도였다. 암튼,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은 우리나라 보다 비싸지 않았다. 새삼 느낀다. 아! 대한민국의 무시무시한 물가여!! 

로마에서의 우리집은 테르미니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번화가이자 역세권이었다. 다양한 인종들이 어울려 복잡거리는 이 고도에서의 몇일 동안 경험은 굴곡이 심한 감정의 다양함을 선사하였고 이제 여기 서울에서 그 날들을 돌이켜 본다면 아련한 애수의 감정으로 다시 다가온다. 내게 있어 추억은 지난 일들을 멋들어지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난 나보나 광장 한 켠에 퍼질러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사진 찍는 사람들, 수 많은 사람들을 넋놓고 반 쯤 취한채로 황홀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살의 기세도 한층 누그려져 조금은 부드럽게 바뀌어갈 때 동상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그 빛을 받아 얼마나 고혹적이던지.. 나는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그 장면들을 기억하며 전율에 빠진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보나 광장의 늦은 오후

자! 이제 나는 내일 아침 “니스”를 향해 기나긴 렌트카 여행에 오른다. 이탈리아의 서해안을 왼쪽에 끼면서 니스로 향하다 잠시 들른 제노바가 그렇게 인상적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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