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다
그 사람에게 닿으려고
마음을 마음 가까이 대어 본다
꽃의 향기인지 빛의 줄기인지
길을 여는지 꿈을 여는지
손이 닿는지 발길을 당기는지
그 사람에게 닿기 위해서
봉긋 솟은 둥근 마음 하나
소나무 가지에 걸어둔다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는 소나무 가지에 걸린 달을 보면서 가면 손에 닿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가 주는 일방적인 느낌를 통해 그 말이 지닌 감각을 표현하고 내가 느끼는 느낌을 나만의 방식으로 써내려가곤 한다
그러다가 문득 닿다는 말이 생소하게 와닿는다 무엇이 무엇에 근접한 상태를 말하는 닿다가 주는 의미를 생각한다 닿을 듯 말듯 이라는 의미에서도 보면 닿다는 어떤 것에 이르는 것을 의미하며 대상에 이르고 영향을 미치는 접촉의 의미를 갖는 등 다양하게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닿다는 말 한마디에 수많은 의미를 표현한다 나루터 정류소 마음 등을 말하는 장소에 닿거나reach the place 어떤 소식이 알려지는 news arrives 혹은 물건이 손에 닿는 것reach 그리고 시간이 닿은 것time arrives 옳고 그름이 이치에 닿는것makes sense 사람과의 관계를 뜻하는 연줄이 닿는 것 Have to do with등의 수많은 의미를 대신해서 닿다는 말이 쓰인다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말의 힘이라는 것이다 외국인이 이 말을 쓰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닿다 하는 말을 해석하기 위해서 더 많은 표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앞서 쓴 영어의 표현이 꼭 들어맞지 않겠지만 굳이 영어식 표현을 쓴 이유는 우리말은 단어 하나면 다 가능하며 문맥상에사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특성을 가진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난 이런 표현들이 참 멋스럽고 대단하다고 여긴다 융통성이 풍부하다고 해야 할까 두뇌의 회전이 빠르고 깊다는 걸까 아무튼 우리말 가운데 이런 다의적 표현찾기는 참 재미있다 다의적 표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언어의 경제성도 의미가 있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찾지 않지만 우리말이 지닌 다의성을 생각하면 혼자서 빙그레 웃기도 한다 물론 다른 나라말들도 관용적 표현이나 이와 유사한 표현방식은 gift 선물 재능 run 달리는 경영하는 capital 자산 자본 자금 right 오른쪽 권리 올바른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닌 표현은 영어에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말은 어떻게 이렇게 단 하나의 말을 신박하게 두루 사용할 수 있는지 그런 말을 쓰는 나라의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강하게 느끼고 새삼 우리 민족의 언어 두루뭉실한 듯 무심한 듯한 의미 속에 지닌 커다란 포용력이 바로 그 언어를 부리는 대단한 능력에서 비롯되고 이 역시 감탄감탄 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