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중간 인연中間因緣
불교에서 중간인연이란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인연을 의미하며 늘 조심해야 할 관계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빈 틈이 있고 그 틈에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담고 살아간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거리를 담기도 하고 혹은 멀어졌다 가까와졌다 하는 시공간의 거리를 두기도 한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작용하는 인연이 되기도 하는 이 중간 인연은 경계가 흐릿하여 깊은 신뢰는 할 수 없지만 오해 질투 시기 욕망 등은 일어날 수 있는 애매한 관계이다 기대와 집착이 있으며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지만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에는 서로의 욕심으로 작은 오해에도 쉽게 사라지는 관계에 놓인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씨앗을 뿌려 열매를 맺고자 한다면 그 열매가 맺기까지는 나무로 자라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난 후에야 비로소 열매를 맺는 시기에 이른다 그동안에 씨앗은 흙 바람 물 햇빛 등의 적절한 조건 들이 씨앗과 잘 맞아야 한다 중간인연이란 씨앗이 열매가 되는 과정 속에 끼어드는 여러 종류의 힘을 의미한다
사소한 오해로 멀어졌지만 등을 돌리지 않았고 세월이 흘러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인연 사소한 지난 일들 과 그 상황들은 중간인연으로 작용하고 한다 이 인연은 뿌기가 깊지않아서 잔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새로운 환경에도 쉽게 변한다 이 인연들은 특정한 조건이나 상황들은 비교할수록 고통스러운 관계로 변하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결과에 조급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씨앗이 금방자라 열매를 맺을거라는 생각도 곧잘 한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타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살다보니 꼭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인연이 그러하듯이 인연도 무르익어야 참 인연이 된다
무르익는 그 기간이 중간 인연이 된다 뭔가 이루려면 머물고 기다리고 갖추고 지켜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흙속에서 씨앗으로 머물면서 비를 기다리고 햇살을 견디고 숨을 쉬면서 싹을 틔워내는 인내가 필요하듯이 우리의 삶도 결과 보다 과정의 의미가 더 소중한 지도 모른다
중간인연에서 참인연으로 나아가거나 혹은 헛인연이 되어 물거품처럼 사라져 아무것도 남지 않는 관계가 되기도 하고 기억 속에서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참인연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해당되는 중간인연은 결과보다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지도 모른다 할 수 있을 만큼의 노력을 하고 겸허하게 기다리는 중간 인연은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인연은 혼자 이루어지지 않으며 반드시 상방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누군가와 멀어질 때, 혹은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도 혼자만의 인연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다시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야박하거나 헤어지거나 상대의 마음에 상처 오해 시기 질투 욕망을 담아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경계를 지키며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며 마음을 지나치게 내어주어서는 안된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분위기나 체면으로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간인연의 상황에서 상대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소신대로 흔들림없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칭찬이나 비난에 의연해야 하고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참인연으로 나아가기 위한 배양토가 되기도 하고 쓰레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중간 인연과의 관계는 이로운 것도 해로운 것도 아니며 감정에 대한 통제를 배우는 관계이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성장하는 잣대로 활용하여 스스로를 배워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참인연이 될지 헛인연이 될지도 모른 채 우리는 과정이 되는 중간인연에 연연하며 시간과 금전을 낭비하며 헛된 꿈을 꾸기도 한다
이익이 끝나면 마음도 끝나는 투기냐, 이익이 없어도 마음이 남는 투자냐 의 의미와도 유사한 것이 아닐까 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관계를 맺고 이 관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는 생각하는 투기심이 내재된 조건부 관계는 헛인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보상없이도 서로의 성장을 위해 도와주는 한편,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는 참인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진다
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연들이 떠오른다 과거에는 그렇게 자신을 힘들게 하던 관계들이 어느 순간 영영 보지 않아도 아무런 감정이 일지 않는 그런 관계로 변하고 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내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그런 헛인연으로 끝나버린 무수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한 때 소중하다 여긴 인연들이 지금은 이름도 희미하고 함께 한 시간들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수많은 중간인연들에게 배운 상처 배신 욕망 고통 위험 등을 힘겹게 넘어서고 살아남아 그 많은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라는 결과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나, 이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참인연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도 주변에 존재하는 관계들을 두고 중간인연에 대해 마음의 거리를 두고 관계의 짐을 내려놓고 상대를 여유있고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것도, 관계에 대한 틈과 거리를 조절하게 되는 것도 오랜 세월 중간인연들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은 결과물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 제공 성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