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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by 김지숙 작가의 집

그 사람






처음 마주 한 눈빛에서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웃음 뒤에 감춘 그림자처럼

가까이 있어도 먼 사람

따뜻하다가 차가워지고

칭찬 속에 마음을 숨기며

말투와 표정

작은 몸짓에도 흔들린다

사소함이 반복되면

진심이 드러나고

경계가 깊어지면 파도는 무너진다

내게 묻는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할까

선을 그을까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처음 마주 한 눈빛에 작은 몸짓에

이미 답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만나 몇 번 말을 섞다 보면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선다 그래서 나와 맞는 사람이면 말을 계속 하게 되고 아니면 더 이상 어떤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말을 하기 전, 첫인상만으로 혹은 말투나 작은 행동만으로도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호불호의감정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여러 지표들을 총 동원해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에는 판단을 보류하곤 한다 아무리 이리 보고 저리 살펴봐도 도무지 속내에 대한 판단이 안서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얉은 미소를 짓ㅓ나 늘 웃고는 있지만 그 웃음 속에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사람도 있다 늘 친절하지만 애매모호한 태도는 가까이 있어도 멀리 두어도 어떤 느낌이 통 와 닿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심리학자 Frenkel-Brunswik은 사람마다 모호함을 이겨내는 힘이 다르다고 한다 즉, 판단이 안서는 사람은

모호함의 덩어리로 존재한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감추거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흐릿하게 하여 상대로 하여금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이는 모호함의 불내성이라고 하여 그럴수록 더 상대에 대한 불안함이 커지기도 하고 이가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비주의를 표방하기도 한다

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에 따르면 인간은 한 사람에 대해 상반되는 정보가 동시에 주어질 때 대부분은 심리적으로 불편을 느낀다고 한다 판단이 안 선다는 것은 모순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며, 어떤 때에는 따뜻하게 다가왔다가 어느 순간 차갑게 돌아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덕스러운 사람은 윗사람일 경우에는 맞춰나가기가 쉽지 않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칭찬과 비판이 뒥섞인 문장처럼, 진심 같기도 하고 농담같기도 한 상황에 처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한 모순은 우리 내면에 부조화를 일으키고, 그 부조화는 관찰과 해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해소되기도 한다

이는 불확실성 효과Uncertainty Effect로 나타나기도 한다 상대에 대한 감정이 애매모호할수록 그 대상에 대한 관심과 매력은 오히려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판단이 안 서는 경우는 상대가 의도하든 아니든 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성에 끌리는 경우도 이러한 애매모호한 태도에 두고 어장관리를 한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한다

의사가 명확한 사람은 예측 가능하고 판단이 서지만 흥미는 떨어진다 반면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은 불안하지만 긴장되고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판단이 안되는 경우는 상대에 대한 정보부족이나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행동의 패턴을 관찰하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한다 그런데 판단이 서지 않는 사람은 이러한 반복 장면이 긴 주기를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시간과 마음을 오랜시간 소비해야 한다 판단이 안 서는 경우, 우리는 종종 그 사람에 대해 불안과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의 입장에서는 그 모호함이 방패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매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판단이 안서는 사람을 찾아내는 기준은 간단하다 그 사람을 떠올릴 때 둘 이상의 상반된 감정과 이미지가 겹쳐 떠오른다면 바로 그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경계를 그을지에 대해서는 서서히 판단을 해야 한다

이런 판단이 안서는 사람에 대해 왜 이렇게 깊이 파고 드는지 스스로도 의아하다 하지만 가끔은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미리 방어적인 자세로 관심을 갖기도 한다

평소에 긴가 민가하여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어느 순간 문득 딱 스치고 들어오는 작은 행동 하나때문에 그 사람에 관한 판단이 서게 되고, 과거부터 현재의 순간까지 일어난 일들이 순식간에 연결되면서 한꺼번에 밀뤄졌던 판단들이 해일처럼 밀려들고 그 상황을 알아 채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더이상 모호함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경계를 그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친절한 것 같은데도 계산적이고 차갑고 솔직한 듯 보이지만 중요한 건 절대 말하지 않는, 그러면서 항상 한두발자국은 멀리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버릴 관계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칭찬 같은데 은근한 비판이 들어있고 도와달라면 달려오지만 중요 정보는 빼어버리는 사람을 속속들이 알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이런 사람을 판단하려면 행동패턴을 관찰하는 편이 빠르다 언제 칭찬하는지 언제 비판하는지 몇 번의 관찰해야 하고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를 계산해서 수용할 수 있는 단계인지 아닌지를 거치면 대체로 알게 된다

그 사람의 영역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경계를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게 꼭 나쁜 사람이라는 판단하기보다는 판단 유보 대상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멀리 물러나도 여전히 일관된 태도가 유지하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 사람을 판단하는것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시간과 정보가 쌓이면 자연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는 살아가면서 별의 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지 덕을 보이는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는지 그 기준은 본인이 정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심리를 알아야 하고 상대가 어떤 마음으로 내게 행동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 만나보고 다 겪어봐야 상대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부지불식 간에 하는 작은 행동하나 몸짓하나 표정하나를 허투루 읽지 않는다면 좀 더 쉽게 상대를 파악할 수 있고 내가 좀덜 상처받고 좀더 나와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단초는 찾으리라는 생각이다



사진제공 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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