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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친구




바람처럼 스친 얼굴이

나무 그늘에 머문다

물빛처럼 흘러간 이름들

틈새마다 남은 너는 있을까

한 사람이라도

비탈길을 함께 가는

햇살이 되어준다면

한 번이라도

어두운 밤길을

비추는 달빛이 되어 준다면

그 다정함에

웃고 울며 나는 산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 어떤 특별한 인연으로 친구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어지고는 잊는다 그런데 이런 친구의 관계 형성은 매번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헤어지는 유사한 반복적 특성을 지닌다

처음 마음이 끌리고 다시 헤어지는 데자뷰 같은 심리적인 현상을 겪게 되는 데는 어떤 특별한 요인이 작용하는 걸까 내게는 어떤 종류의 친구가 있고 나는 왜 매번 비슷한 유형의 친구에게 마음이 가고 빠져드는 걸까 그러다가 실망을 하고 돌아서는 걸까

존 볼비의 애착이론 Attachment Theory 과 연관지어 볼 수가 있다 안정형secure attachment의 경우, 어린시절의 부모나 양육자의 관계에서 안정적이고 일관된 보살핌을 받아서,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감정표현이 자연스럽고 친구 관계에서도 독립성을 존중하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감정유형은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관계를 형성할 때 유사하게 작용된다 따라서 안정적인 사람들과의 안정적인 우정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불안형anxious/preoccupied attachment의 경우에는 자주 확인을 하게 되고 양육자의 관심과 보살핌이 예측불가능하거나 일관성이 부족할 때 형성되며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 불안을 느끼거나 초초해 하면서 끊임없이 애정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회피형avoidant/dismissive attachment의 경우에는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는 부모나 양육자 밑에서 자라며 형성된다 가까워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며 혼자만의 독립공간과 독립성을 중요시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관걔를 맺을 때에도 지나치게 깊은 대화를 피하고 어떤 거리를 두려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애착유형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자기인식과 경험을 통해 변화가능하다 안정형의 경우, 불안형과 회피형을 이해 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불안형의 경우, 상대가 더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연습을 함으로써 불안을 극복하게 된다 회피형의 경우에는 안전을 경험할 가능성을 늘리는 과정에서 정서적 거리를 좁히게 된다 이러한 자신이 선택하는 친구 유형에 대한 패턴을 이해하게 된다면 친구사이가 단순히 성격차이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어서 건강한 관계형성이 가능하게 된다

친구사이를 가늠하는 또 다른 시각으로는 사람들은 이익과 비용으로 관계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사회적 교환이론에 적용시켜 이해할 수 있다 social exchang theory 말하자면 인간관계 즉, 친구관계에서도 이 이익과 비용을 따지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을 적용하기도 한다

친구일지라도 위로 공감 애정 경청 등으로 안정감을 주는 정서적 지지나 실제적인 도움 자원을 제공하는 실질적인 지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 판단 방향성 등을 제공하는 정보 전달 등의 지지를 통해 즐거움 편안함 등과 같은 긍정적인 유익함이 따르는 것과 그것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노력이 균형을 이룬다면 그 관계는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방적으로 한쪽에서만 제공하고 받대쪽에서는 받기만 하는 관계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적 지지 이론Social Support Theory에 의하면 인간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서로 주고받는 도움과 지지가 심리적 안정과 관계 지속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이 이론은 스트레스 완충 효과stress-buffering effect와 삶의 만족도 향상을 설명하는 핵심이론이다 어려울때 단 한명의 지지자가 있더라도 그건 살아낼 수 있는 힘이된다는 것은 단순한 위로 그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친구라면 위로와 공감을 형성하는 정서적 지지와 도움 정보 등을 제공하는 도구적 지지, 조언과 피드백을 해주는 평가적 지지 등의 역할을 하는 관계가 끈끈하게 이어갈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지를 받으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부정적인 감정의 회복이 빨라진다 나아가 더 나은 자신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살다보면 우리에게는 여러 유형의 친구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거나 힘들다 하면 묻지도 않고 달려온다 생각이 좀 치우쳤다 싶으면 방향을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이를 사회적 지지라고 한다 정서적 도구적 평가적 이 세 역할을 하는 친구가 있을 때, 마음은 든든하다 마음에 편안함을 주는 친구와는 오래간다 친구는 그 유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한자리에 불러모아 다 같이 친구가같이 웃어주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같이 울어주는 친구가 있고 길을 잘 일러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마음을 터놓는 친구도 있다

어느 날 문득, 내곁에는 어떤 친구가 남아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마음을 진정으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나 숫자로 셀수 있다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살수록 알게 된다 하지만 숫자가 대수일까 단 한 사람이라도 내편이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종류의 지지를 내게 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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