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초롱나물

by 김지숙 작가의 집
초롱꽃png.jpg 초롱꽃

섬초롱 아낙


섬초롱 군락지 앞에서 음악 선생님이던 그녀를 만났다.

남편보다 자식보다 야생초가 더 좋아, 새로 핀 꽃소식을 들으면

그 꽃이 보고 싶어 밤잠을 설친다는 그녀.

꽃이 좋아 시골로 이사와 혼자 산다는 그녀의 집 마당에는

온통 이름 모를 꽃이 지천이다.

옥잠화 자란 비비추 자금우 두루미천남성 우산나물 석위

동이 나물 노루발 나리 붓꽃 들어도

머릿속에 남는 이름은 없고, 꽃 색깔과 모양은 눈앞에 선한데

그녀는 열심히 꽃 이름을 내게 말하고 나는 또 그 이름들을 금세 잊는다

논 위에 지었다는 그 집 마당 한가운데 서서 그녀가 꽃들을 지휘하면,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움푹 팬 연못에 사는 진초록 다슬기도

그녀의 손끝에서 춤을 춘다.

호미 든 채 나비처럼 풀밭 사이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매미처럼 재재대는 동안 꿀벌도 햇살도 그녀를 쫓아다닌다.

야생초와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다 해 떨어지면, 남편과 아이가 보고 싶어

슬며시 시외버스를 탄다는 그녀의 얼굴은 섬초롱 꽃잎처럼 연분홍빛이다.



섬초롱꽃을 처음 본 것은 그녀를 만날 즈음이었다 재개발지구를 지나다가 섬초롱꽃 앞에서 얼쩡대는 그녀를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집으로 갔고 거기에서 색깔이 다른 초롱꽃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초롱꽃이 피기 전에는 나물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섬초롱 나물

섬초롱은 번식이 잘 되어서 땅만 있다면 두어 포기 심어놓으면 잘 번진다 귀농한 지인의 집 마당에 섬초롱이 지천이라 몇 포기 데려와서는 심을 곳이 없어 아파트 뒤편 구석진 곳에다 심어두었다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날수록 섬초롱은 정말 잘 번졌다 울릉도 섬에서 잘 자라서 섬초롱이라고 하고 금강산에서 자란 초롱은 금강초롱이라고 한다

한 번은 야생초 탐사를 가던 중 산초 입에서 섬초롱 군락지를 만나서 새순을 조금 뜯어온 적이 있다 나물을 뜯는데도 요령이 있다 무조건 칼이나 가위로 싹둑 베어버리면 안 되고 그야말로 손으로 살금살금 다치지 않게 뜯어야 한다

그리고는 <먹고 싶어 해서 미안하다>는 인사말도 남겨야 한다

가장자리에 나 있는 큰 잎들을 몇 장 떼면 속잎들이 빨리 자라서 다시 제 모습을 갖추고 생에 위협을 느껴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뿌리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 뿌리가 없다면 다시는 그곳에 꽃들이 살아남지 않을 테니까

가져온 적당한 양의 섬초롱 잎을 깨끗하게 잘 씻는다 1/3을 남기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물에 한두 번 흔들어서 열기를 빼고 물기를 꼭 짜서 두 그릇에 나누어 담는다 한 그릇에는 된장을 풀어서 무치고 다른 한 그릇은 그냥 시금치나물처럼 무친다 우선 된장으로 무치는 나물은 된장 한 스푼을 그릇에 풀고 참기름 깨소금 마늘 깨 파를 넣어 버무리면 된다 생각보다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고 실패할 확률은 없다

두 번째 그릇의 나물에는 젓갈 작은 한 스푼에 참기름 깨소금만 넣어 조물조물 버무리면 된다 난 후자를 즐기는 편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전자를 선호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한두 번 먹다가 양이 많거나 남으면 된장을 더 풀어서 된장국으로 다시 끓여 먹으면 된다

생으로 남겨둔 초롱 잎은 장아찌를 담근다 물 소주 설탕 식초 간장을 1: 1: 1: 1: 1/2 비율로 장아찌 물을 만들고 잘 씻은 초롱 잎은 하얀 실로 몇 장씩 묶어서 만들어 놓은 장아찌 물에 담근다

초롱꽃 특유의 유별난 향은 없어 고기를 먹을 때에 상추 위에 초롱꽃 장아찌 한 장 얹고 고기를 얹어 쌈 싸 먹으면 구운 고기를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나는 이 장아찌 양념장에 초롱 잎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산비 비추나 명이 나물을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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