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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생일기념이 된 1월의 제주도 여행

프롤로그

by 농부아내


2023년 제주도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2025년 1월, 두번째로 제주도를 찾았다. 1월 초순에 떠나려고 했으나 아빠의 일이 바빠 미루다 보니 1번의 생일 즈음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가족여행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1월의 여행은 어쩌다 보니 1번의 생일기념여행이 되었다.




겨울방학 중에 생일이 있어 친구들과 파티는 고사하고 늘 식구들끼리만 생일을 맞이했던 1번. 집에서 생일을 맞이했다면 조촐한 케익과 아이가 먹고 싶어 하던 음식들로 저녁을 먹으며 축하인사를 나눴을 것이다. 초등 5학년이 된 1번은 사춘기에 발을 들여놓아 쉽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제주도로 떠난 우리의 여행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힐링과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여행을 떠나는 날은 월요일이었지만, 아이들과 나는 토요일 오후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설렘에 마음은 토요일부터 벌써 공항에 있었다.


"출발할 땐 이 티셔츠에 바지를 입고, 뒷날에도 한번 더 입을까? 여벌 하나만 더 가져가면 될까?"

"속옷은 2벌 이상 가져가야겠지?"


아이들보다 더 들뜬 나는 질문을 쏟아내며 아이들 옷 짐을 싸고, 여행에서 내가 입을 옷을 고를 시간이 되자 패션쇼를 했다. 농장을 떠나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기껏 사놓은 치마를 입을 일이 흔치 않았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입을 수 없으니 거울 앞에서 어떤 치마를 입을지 고민을 했다.


"이 치마는 모양이 이상하다, 그치?"

"네~ 다른 거 입어봐요~"


글자만 보면 성의껏 대답한 것 같지만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2번의 무성의한 말투에 조금은 서운하다. 다른 검정 치마로 갈아입고 나오자 이런 나를 지켜보던 남편이 피식 웃는다.


"왜~ 뭐~ 이때 아니면 입을 일이 없다고~"


패션쇼를 하며 챙겨갔던 치마는 결국 못 입었다. 여행엔 역시 편한 게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1번의 생일인 날에는 관광을 다니며 찍은 사진 속 아이가 특별해 보이길 원했다. 하지만 무채색에 심취해 있는 1번은 나의 기대와 달리 칙칙한 옷들만 골라 가방에 담았다. 취향이 무채색이신 걸 어쩌겠나. 사춘기 아이에게 취향존중은 중요한 것이라 아무 말도 못 한다.


그렇게 짐을 싸면서부터 제주 공항에 도착해 제주를 다 둘러본 듯 피곤이 몰려왔다. 생일기념여행이라 들떠 있을 것 같은 1번은 얼굴 표정만 봐서는 아무런 설렘도 없어 보였다. 처음으로 타 보는 비행기와 생일기념여행이라는 것이 아이에겐 설렘이 없나? 벌써 그렇게 무미건조해져 버린 걸까..


좋아, 그렇다면 엄마아빠가 이번 여행에서 너에게 잊지 못할 추억들을 잔뜩 만들어주지. 각오하라구~


어쩌다 보니 1번의 생일기념여행이 된 제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보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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