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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타본 비행기는 어땠어?

세 김씨의 인터뷰

by 농부아내


시골에 살다 보니 아이들에게 교통수단은 마을버스보다 트럭이나 아빠차 레이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여행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대중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고속버스, KTX, 지하철, 자가용, 배를 타고 여행을 다녔고, 이제 남은 것은 기차와 비행기였다. 요금이 부담스러웠지만 전남 학생수당으로 교통수단 결제가 가능해 이번 제주 여행은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처음은 누구나 설렌다. 제주도로 떠나는 아이들에게는 첫 비행기 탑승이었다. 비행기 표 예매를 하고 난 뒤 무안공항 사고가 있어서 취소를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타기로 한 비행기는 다른 항공사라는 이유로 여행계획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2박 3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의 첫 비행기 탑승은 어땠을까?



처음으로 타본 비행기는 어땠어?



소리에 예민한 1번과의 인터뷰

"기내에 들리던 이륙을 시도하는 비행기 소리가 시끄러웠어요. 비행기가 하늘 위로 올라가자 2번이 창을 열었잖아요. 제가 복도 쪽에 앉아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창 너머로 살짝 보인 하늘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왜? 뭘 기대했는데?"

"맑은 하늘 위에 구름이 펼쳐진 걸 상상했어요.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비행기를 처음 타 본 느낌은 어땠어?"

"7살에 에버랜드에서 탔던 그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었어요.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던... 그... 기구 이름은 모르겠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앉아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어요~"

"하하하하하"


2번이 창가에 앉고, 가운데 내가 앉고, 복도 쪽에 1번이 앉았다. 맑은 하늘과 비행기의 날개가 있는 SNS 속 이미지를 상상했던 것 같다. 복도 쪽에 앉다 보니 창가 너머가 잘 보이지 않아 아이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그제야 받아들이는 것 같다.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고 하는 걸 보니 많이 긴장했었나 보다. 그래서 그렇게 게임을 열심히 한 거야?





창 밖 풍경을 보느라 정신없던 2번과의 인터뷰

"무안공항 사고가 떠올라서 출발 전에는 엄청 긴장했어요. 비행기가 출발하고 도착할 때 시끄러웠어요. 비행기가 위로 올라가는 게 느껴지니까 동시에 귀가 먹먹했어요. 침을 삼키니까 먹먹함이 사라져서 신기했어요."

"그랬어?"

"네~ 그리고 창가에 앉아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35분 만에 도착해서 깜짝 놀랐어요. 지난번에 제주도에 배 타고 갈 때는 꽤 오래 배를 타고 갔잖아요. 엄마는 멀미도 하고... 우리 그때 뭘 한 거죠? ㅋㅋㅋ "


얼굴을 들여다볼 수도 없게 계속 창만 바라보고 사진을 찍던 2번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반대쪽에 앉아 있던 남편을 살짝 불러 손가락으로 2번을 가리키며 둘이서 킥킥거리며 웃었다. 마지막에 한 말은 아마도 35분 만에 쉽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데 3시간가량 고생을 하며 배를 타고 갔던 거냐는 뜻인 듯하다. 그래, 엄마도 배보단 비행기가 편해~





마지막 우리 집 김씨와의 인터뷰

"자리에 앉고 비행기가 하늘로 올라가자마자 내려온 느낌? 그래서 아쉬웠어. 기내에서 사탕을 하나씩 나눠 줬잖아. 하나밖에 안 줬어. ㅋㅋ 무엇보다 따로 앉아서 좋았어."

"하하하하하. 내가 따로 앉을 걸 그랬어"

"그리고 레이를 타고 가면 힘들면 중간에 서서 휴게소에 들러 뽑기도 하고, 노래도 들을 수 있고, 쉴 수 있잖아. 그걸 못하니까 아쉬웠어"

"뭐가 그렇게 아쉬운 게 많아~ 노래야 기내에서도 들을 수 있잖아~"

"그건 그래"


몇 번 비행기를 타 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비행기 탑승은 처음이었다. 그 소감을 듣고 싶었는데 "따로 앉아서 좋았다"가 끝이었다. 좀 더 몽글몽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대했건만 너무 솔직한(?) 답변을 해 준 마지막 김씨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개인적으로 제주도로 가는 길은 배보단 비행기가 좋았다. 배 멀미가 심해서 재작년에 고생한 걸 떠올리면 비행기는 꿀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할 때는 두근두근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창가에서 눈을 못 떼고 하늘을 보고 있던 2번도 마찬가지였으리라. 해남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시간은 아빠의 큰 그림으로 노을 시간에 맞춰서 예매를 했다. 하지만 2박 3일간 신나게 놀고 즐긴 나머지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도착하기 몇 분 전에 잠이 깨서 2번과 함께 지는 해를 겨우 볼 수 있었다.



다음엔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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