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커피를 즐기는 과정. 그 '경험'의 즐거움
우연히 들른 곳, LP가 200여 장, CD도 가득하다.
오랜만에 LP 한 장을 꺼내 드는 순간, 그 묘한 짜릿함이 실로 오랜만이다.
음악을 켜면서 커피를 한 잔 만들기로 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 내가 먹기 위해 마시는 것인가, 아니면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것일까?
생각보다 그 차이와 의미는 대단하다고 할 것이다.
- 커피 캡슐을 고른다. 노랑? 검붉은 것? 파랑? 아니면 검정?
.. 브랜드, 원두 종류, 용도에 따라 다양한 캡슐.
.. 오늘은 연한 아메리카노를 원해 물 양이 많이 그려진 캡슐을 선택.
- 캡슐을 네스프레소 머신에 넣고 추출.
- 그리고, 그저 "커피를 마신다."
- 원두 선택 (종류, 로스팅 정도 고려)
- 수동 그라인더로 원두 분쇄, 입자 크기 조절
- 물 준비,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약 2분여 기다림 (약 90도?)
- 필터와 드리퍼 세팅, 천천히 물을 부어 핸드 드립
- 그리고 드디어, "커피를 즐긴다."
이 두 경험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는 같지만, 과정과 집중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된다.
음악 듣기는? 그래 이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음악 그 자체가 좋아서 듣는 경우도 많다. 다만, 많은 경우는... 또 다른 이유로 '듣기를 택하기'도 하더라는...
가령 '쉬고싶다'거나
'이 편안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거나
어느 땐 세상과 단절하고 싶어서,
또 다른 땐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서.
혹은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 그냥 다 잊어버릴래~' 하면서 듣는 등
그 목적이 사뭇 다양하다.
듣기는 그 다양한 경험의 수단 중에 하나로 작동하는 것일터.
그러니, 그리하여, 그래서... 그 듣기 또한 구분되더라는...
- 네트워크 앰프는 항상 대기 상태이니 (전원을 켜고 끄는 행위 자체가 없다)
- 타이달에서 음악을 선택.
- 재생, 그리고 듣기.
- 가끔은 재생 기기를 바꾸기도 한다. (지금처럼 작업하며 듣는 상황에서도)
- 이게 전부.
- 수백여 장의 LP 중에서 한 장을 고른다.
- 앰프 전원을 켠다.
- 안티-스태틱 비닐 브러시로 LP를 깨끗이 닦는다.
- 턴테이블 뚜껑을 열고 LP를 올린다.
- 암을 들어 원하는 곡의 홈을 찾아 바늘을 위치시킨다.
- 볼륨을 조절하고, 드디어 감상 시작.
- 음악이 끝나면 LP를 정리하고 제자리에 둔다.
이 모든 과정이 음악을 ‘경험’하는 행위이고, 그 자체는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줬다.
오랜만에, 고등학생 시절 즐겨 듣던 한 곡을 찾아 들어보자.
(모두 기증해 버린 LP를 아쉬워하며…^^;;)
그래, 아델이
"Hello, it's me. I was wondering if after all these years you’d like to meet"를 노래하기 전에
전화를 테마로 노래했던 사람들이 있었지.
Electric Light Orchestra(ELO)가 그들이었어...
그래도 오늘은 그들의 것 중에서 이 곡을 들어보자.
이어서 아델도 듣자.
가끔은.... 이런 노래도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