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르포 기사가 촉발한 생각 정리
0. intro...
2016년 9월 어느 저녁 9시 반 무렵.
업무를 마친 뒤 몇몇 멤버들과 여의도 공작상가 지하 전집에서 간단한 반주와 함께 늦은 저녁을 마치고, 머리도 식힐 겸 영등포역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화학 계열로 전출된 K부사장.
“당신이 좀 와야겠어.”
“아, 왜 이러십니까. 저는 이제 여기서 현업 마무리하렵니다.”
“아냐. 당신이 전자에서 했던 복잡도 개선 프로젝트, 여기 와서 좀 해줘야겠어.
사업은 급격히 커가고는 있는데 말야, 문제투성이야. 초장부터 복잡도를 잡고 가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
여기저기 지뢰밭이야.”
“…”
“당신이 잡아줘야겠어.” 그 전화가 시작이었다.
두 달 뒤인 11월, 그룹의 지시에 따라 관련 회사로 자리를 옮겼고, 배터리 개발에서 생산까지 전 과정을 정비하는 복잡도 개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 검토하였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배터리 산업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그렇게 약 6년의 시간을 그 산업과 함께 부대끼며 보냈다. 하지만 익숙했던 전자업계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속도도, 산업 환경도, 일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전혀 다른 결을 갖고 있었다. 그 ‘다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이전의 방식으로 밀어붙였다가 초기부터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지금 생각해도 한편이 저릿해지는 경험이다.
그럼에도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나에게 특별한 관심 영역이다.
생산시스템, 자동화, 공장 무인화 같은 분야는 스무 해 가까운 혁신 프로젝트 경험 덕분에 상황만 얼추 들어도 감이 잡힌다. 그래서 최근 3PRO의 현장 탐방 기사를 접했을 때도 단순한 호기심보다 먼저 경험적 감각이 반응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본 풍경은 달랐다. 자동 스폿 라인 바로 옆에서는 작업자 20~30명이 줄을 이루며 직접 용접건을 들고 포인트를 찍고 있었고, 아크 용접 구역에서는 작업자들이 주황색 보호 유리 박스 안에서 불꽃을 쏟아냈다. 실러(접착제)를 도포하는 공정 역시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했다. 자동화율의 상당 부분은 로봇 적용 비중에 대한 지표였고, 실제 현장은 사람과 로봇이 절반씩 나눠 맡는 구조에 가까웠다.”
(BYD 기사 중에서)
이 기사의 내용을 읽던 중 문득, 2022년 베트남 빈패스트(VinFast)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점검 차 하이퐁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새롭게 설치한 그들의 자동화 수준은 독특(?)했다. 핵심 공정은 사람이 하고, 물류 등 비핵심 공정만 자동화된 상태, 참으로 기이한 자동화 라인이었다.
그렇다면 정저우 공장은 어떠했을까.
빈패스트의 그 라인보다 더 정교한 ‘업그레이드 버전’이었을까? 이런 물음들이 꼬리를 문다.
현장을 경험했던 사람에게만 생기는, 어쩌면 학습된 반응일지도 모르겠다만...
1. 경쟁
2024년과 2025년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구조적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100여 년간 내연기관 기술을 독점하며 시장을 지배해 온 서구와 일본의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의 과도기적 정체, 이른바 캐즘에 직면하여 속도 조절에 들어간 사이, 중국의 BYD는 내수 시장의 초경쟁 환경에서 단련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려고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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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하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양강 구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랫동안 전기차의 대명사로 불려 온 테슬라와 패스트 팔로워로 여겨졌던 BYD의 관계는 이제 대등한 경쟁자를 넘어, 특정 지표에서는 BYD가 테슬라를 압도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매출 규모에서 나타났다. 2024년 3분기, BYD는 28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251.8억 달러를 기록한 테슬라를 처음으로 넘어선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한 수치로, 테슬라가 모델 노후화와 수요 둔화로 인해 매출 정체를 겪는 동안 BYD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표는 자동차 부문 총이익률이다. 테슬라는 가격 인하 정책과 판매 장려금 지급 등으로 인해 마진율이 17.9%~19.8% 수준(그래도 높다)으로 하락한 반면, BYD는 21.9%~22.2%라는 놀라운 마진율을 달성한다.
이러한 수익성 역전의 이면에는 BYD의 독특한 수익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소프트웨어(FSD) 및 규제 크레딧 판매가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방어하고 있는 반면, BYD는 하드웨어 제조 자체에서 높은 마진을 남기고 있다. 이는 가격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BYD가 생존을 넘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훨씬 단단함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BYD가 테슬라를 매출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의 보유 여부다. 테슬라가 순수 전기차(BEV)에만 집중하며 얼리 어답터 시장 포화 이후의 수요 정체에 직면한 것과 달리, BYD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 시장과 주행거리 불안을 느끼는 대중 소비자를 PHEV로 흡수했다.
특히 BYD의 DM-i(Dual Mode-intelligent) 기술은 내연기관을 보조적인 발전기로 활용하는 EREV(Extended Range EV)에 가까운 특성을 보이며, 2,100km에 달하는 주행거리와 2.9L/100km라는 압도적인 연비를 제공함으로써 내연기관차 수요를 직접적으로 대체하는 모양새다. 이는 전기차 전환의 과도기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수익성 높은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BEV 수요가 둔화된 시기에 BYD의 성장을 견인하는 버팀목이 되고있다.
2. 생산시스템
BYD의 경쟁력은 전 세계 어떤 제조사도 모방하기 힘든 수준의 수직계열화에서 나온다. 일반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의 60~70%를 외부 공급망(Tier 1, Tier 2)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BYD는 타이어와 유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한다.
BYD는 배터리(FinDreams Battery), 모터, 전력 제어 장치, 차량용 반도체(IGBT, SiC), 심지어 금형과 조립 라인의 설비까지 직접 설계하고 제조한다. 이는 외부 공급사의 마진을 제거함으로써 폭스바겐 대비 30~35%, 테슬라 대비 15% 이상의 비용 우위를 확보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2020-2022년 글로벌 반도체 대란 당시, 대부분의 OEM이 생산 차질을 빚을 때 BYD는 자회사인 BYD Semiconductor를 통해 자체 칩을 수급하며 생산량을 늘렸다. 이는 수직계열화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공급망 안보의 핵심임을 증명한 사례다.
BYD는 차량 운반선인 'BYD Explorer No.1'을 취역시켜 수출 물류까지 직접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상 운임 변동성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수출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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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기가 캐스팅'과 '언박스드 프로세스'를 통해 공정의 극단적인 단순화와 무인 자동화를 추구하는 반면, BYD는 노동력과 자동화를 전략적으로 배합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정저우 공장은 1분마다 1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장의 특징은 "로봇보다 사람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왕촨푸 회장은 고가의 자동화 설비보다 숙련된 인력이 비용 효율적이며, 모델 변경 시 라인 수정이 유연하다고 판단한다.
중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하여, BYD는 설비 투자비(CAPEX)를 낮추고 시장 변화에 따른 생산 라인 변경 시간을 단축한다. 이는 다양한 모델(왕조 시리즈, 오션 시리즈 등)을 빠르게 출시하고 단종시키는 '다품종 대량생산' 전략에 최적화되어 있다.
다만, 인건비가 높은 유럽(헝가리)이나 태국 등의 해외 공장에서는 자동화 비율을 높이는 유연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는 BYD의 제조 전략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가변적 최적화'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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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의 노동 집약적 모델은 필연적으로 노동 인권 및 ESG 리스크를 동반한다. 중국 내 공장과 브라질 건설 현장에서의 열악한 노동 환경, 장시간 근로, 저임금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카마사리 공장 이슈, 브라질 검찰은 BYD 공장 건설 현장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현대판 노예 노동'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BYD의 글로벌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다.
중국 내 생산과 노동과 관련해서는 BYD 내부의 고강도 경쟁 문화와 군대식 관리 시스템은 높은 생산성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높은 이직률과 노동 착취 논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향후 서구권 시장 진출 시 ESG 규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3. 배터리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며, 차량의 성능과 안전성을 결정짓는 심장이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기술적 우위보다는 '경제적 우위'와 '안전성'을 앞세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NCM(삼원계) 배터리를 밀어내고 주류로 부상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를 겪고 있다.
과거 LFP는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저가형 소형차에나 쓰이는 기술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셀 기준 가격이 95달러 미만으로 매우 저렴하며, 2026년에는 80달러/kWh 수준까지 내려가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동등성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에너지 밀도는 팩 기준 160~180Wh/kg으로 NCM보다 낮지만, CTP(Cell-to-Pack)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시스템 전체 에너지 밀도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또한 LFP는 500℃ 이상의 열폭주 내성을 지녀 안전성이 매우 높으며, 3,000회 이상의 긴 수명을 제공해 V2G와 같은 2차 활용에도 유리하다. 다만 저온 환경에서는 주행거리 감소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빠르게 점유율이 확대되어 2025년에는 4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포드,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보급형 모델 중심으로 LFP 채택을 늘리는 추세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반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110~130달러/kWh 수준으로 비용이 더 높고, 열폭주 온도가 200℃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250~300Wh/kg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여 주행거리 확보가 중요한 프리미엄 모델에는 여전히 핵심적인 선택지로 남아 있다. 수명은 1,500~2,000회로 LFP보다 짧고, 최근에는 저온에서의 성능 우위를 기반으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와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보완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시장 점유율은 고급 차량 중심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보급형 모델의 경우 LFP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전체 비중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전체적으로 보면, 2025년 이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고밀도·프리미엄은 NCM, 안전·저가·대중형은 LFP라는 이원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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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P의 약점인 에너지 밀도를 극복한 것은 혁신적인 팩키징 기술적용 덕분이다.
BYD 블레이드 배터리 (Blade Battery):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배터리 셀을 길고 얇은 칼날 모양으로 만들어 셀 자체가 구조적 지지대 역할을 하게 했다. 이를 통해 모듈 부품을 제거하고 공간 활용도를 50% 이상 높였다. 가장 큰 특징은 극한의 안전성이다. 못으로 찌르는 관통 테스트에서도 화재나 연기가 발생하지 않고 표면 온도만 약간 상승하는 수준에 그쳐, 전기차 화재 공포를 잠재우는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다. 도요타가 자사의 전기 세단 bZ3에 이 배터리를 채택한 것은 그 신뢰성을 방증한다.
CATL 기린 배터리 (Qilin Battery):
CATL의 3세대 CTP 기술인 기린 배터리는 냉각 시스템을 팩 내부 샌드위치 구조로 배치하여 냉각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1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초급속 충전(4C~5C) 성능을 구현했으며,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는 블레이드 배터리보다 다소 우위에 있다.
테슬라 4680 배터리:
원통형 NCM 기반의 4680 배터리는 '구조적 배터리 팩’을 통해 차체의 일부로 기능한다. 이론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만, 초기 수율 문제와 LFP 대비 높은 원자재(니켈) 비용, 그리고 방열 문제 등으로 인해 보급형 모델보다는 사이버트럭 등 고성능 모델에 국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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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가격의 하락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골드만삭스와 BNEF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LFP 셀 가격은 이미 $100/kWh 벽을 깼다. 2026년경에는 배터리 팩 가격이 $80/kWh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격대는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지는 '티핑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격 혁명은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과 원자재(리튬, 탄산리튬) 가격의 하향 안정화, 그리고 기술적 공정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이는 전기차 대중화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배터리 제조사들의 도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4. 하이브리드
전기차 캐즘 시기에 BYD를 지탱하고 성장시킨 일등공신은 순수 전기차가 아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술이다.
BYD의 DM-i(Dual Mode-intelligent) 시스템은 기존 하이브리드의 강자인 도요타(THS)나 혼다(i-MMD)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엔진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발전기 역할만 수행하여 배터리를 충전하고, 구동은 전적으로 모터가 담당한다(직렬형). 고속 주행 시 효율이 떨어지는 구간에서만 엔진이 바퀴에 직접 동력을 전달한다. 이는 전기차와 유사한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제공하면서도 엔진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2024년 발표된 5세대 DM 기술은 엔진 열효율 46.06%라는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이를 탑재한 차량(Qin L, Seal 06)은 배터리 완충과 주유 시 종합 주행거리 2,100km, 방전 시 연비 2.9L/100km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도요타 하이브리드가 '연비 좋은 내연기관차'라면, BYD DM-i는 '충전 스트레스 없는 전기차'에 가깝다. 이러한 특성은 충전 인프라가 미비한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서 도요타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는 핵심 무기가 되고 있다.
BYD는 복잡한 기어 박스를 제거하고 구조를 단순화하여 원가를 절감했으며,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차량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는 '오일-전기 동일 가격(유전동가; Oil-Electricity Parity)' 전략을 성공시켰다.
5. 글로벌 환경 (관세 및 현지화)
BYD의 글로벌 확장(Go Global) 전략은 순항 중이지만, 서구권의 보호무역주의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유럽연합(EU):
2024년,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BYD는 조사에 협조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낮은 17.0%의 추가 관세율을 적용받았으나(SAIC 35.3%, 지리 18.8%), 기존 관세 10%를 합치면 총 27%의 관세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대중국 전기차 관세를 100%로 인상하며 사실상 중국차의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BYD는 당분간 미국 승용차 시장 진출보다는 멕시코나 남미 시장 우회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
BYD는 관세 장벽을 '현지 생산'으로 돌파하려 시도 중이다.
헝가리 공장: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유럽 최초의 승용차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5년 하반기 시범 가동, 2026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며, 연간 20만 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 이곳에서 생산된 차량은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공장:
10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15만 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다. 튀르키예는 EU와 관세동맹을 맺고 있어, 이곳 생산 물량도 유럽으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이는 헝가리 공장을 보완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보인다.
브라질 공장:
포드가 철수한 카마사리 공장을 인수하여 남미 생산 거점으로 탈바꿈시켰다. 2025년부터 본격적인 현지 생산이 시작되며, 연산 15만 대에서 향후 30만 대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이는 브라질 내 높은 수입 관세를 피하고 남미 시장 지배력을 굳히기 위한 조치다.
6. 경쟁
BYD와 LFP의 공세에 맞서 글로벌 경쟁사들도 전략을 전면 수정 중이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자존심을 굽히고 중국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ID.2 및 중국형 ID.3 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여 가격을 낮추고 있다. 2026년 출시 예정인 2만 5천 유로 이하의 소형 전기차 ID.2(혹은 ID.Polo)는 LFP 배터리가 핵심이 될 것이다. 아울러 샤오펑(Xpeng)과 협력하여 E/E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수혈받고 있으며, 중국 시장 전용 모델(ID.Unyx 등)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포드는 미시간주 마셜(Marshall)에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당초 CATL의 기술을 라이선스 받아 100% 자회사로 운영하려 했으나, 정치적 압박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규모를 축소하고 가동 시점을 2026년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머스탱 마하-E와 F-150 라이트닝에 LFP 배터리를 적용하는 등, LFP 없이는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다.
7. 한국 배터리 3사의 대응
NCM 위주였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도 LFP 개발에 뛰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하반기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며, 르노 등 유럽 고객사와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다. 삼성SDI & SK온 또한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라인업을 구축 중이며, 기존 NCM 라인을 개조하거나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이미 규모의 경제와 수율을 확보한 상태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
8. 2025-2030 미래 전망 및 결론
전고체 배터리:
BYD와 CATL, 도요타 모두 2027년을 전고체 배터리의 소량 양산 시점으로 잡고 있다. BYD는 2030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초기에는 양왕 등 하이엔드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
리튬 가격 변동성에 대비한 저가형 보험 성격이다. BYD는 이미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시걸 같은 초저가 모델에 이를 적용하여 배터리 원가를 더욱 낮출 계획이다. 이는 리튬 자원 민족주의에 대한 강력한 헤징 수단이 될 듯하다.
9. 정리
이번 리뷰를 종합해 보면, 향후 5년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와 BYD가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점유율의 확대가 아니라, 두 기업이 각자 다른 길을 통해 ‘전기차 시대의 운영체제’를 사실상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BYD의 성장 공식은 명확하다.
완벽에 가까운 수직계열화로 구현한 압도적 원가 경쟁력, 범용 기술로 자리 잡아가는 LFP 배터리의 대중화, 그리고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실용적 전략은 BYD를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도요타로 자리매김시키는 중이다. 기술·가격·생산 효율이 삼박자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지금의 BYD는 단순한 ‘중국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산업 표준에 가까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남은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리스크 특히 각국의 고율 관세를 현지 생산으로 얼마나 매끄럽게 상쇄하느냐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여기에 공급망과 생산 과정 전반에 걸쳐 따라붙는 노동·환경·인권 등 ESG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또한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서 BYD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된다.
그리고 2026년 이후에는 진짜 ‘2차전’이 시작된다.
순수 전기차(BEV)만으로는 성장에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인지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다시금 LFP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기술을 무장한 채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시장 질서는 재편될 것이며, 이 전장에서의 승패가 각 기업의 향후 10년을 사실상 결정지을 것이다.
지금 보이는 양강 체제는 끝이 아니라, 거대한 서막에 가깝다.
테슬라와 BYD가 주도하는 이 경쟁의 판도 속에서 누가 ‘전기차 이후의 시대’를 먼저 예측하고 준비하는가—그것이 앞으로의 산업을 가를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될 것이다.
물론, 현대-기아차 변수는 이번 리뷰에서 제외했다. 그들을 포함하여 삼각이 아닌 사각-오각 구도 분석이라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능한 범위의 양자 구도로 축소했다는 점 즉, 의도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보시길...
기사:
[르포]'1분 1대 생산' 아시아 최대 규모 BYD 정저우 공장…"로봇보다 많이 보인 건 사람", 2025.11.18, 3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