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간디학교(중등) 사랑하는 어여쁜 졸업생들
산청간디중학교(대안학교)에서는 방학시즌(여름, 겨울)이 되면 캠프를 엽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4~6학년을 대상으로 짧은 4박 5일 동안 간디학교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캠프입니다.
어떤 친구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돌아가면서, 너무도 깊이 정이 든 나머지 마지막날은 울며불며 가기 싫다고 떼쓰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또 어떤 아이들은 첫날부터 '집에 갈래요' '엄마 보고 싶어요' 하면서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겠지요. 공공연히 캠프에 보낸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도전'하고 오렴~ 일 정도니까요. 늘 곁에 있던 부모님이 없으며, 핸드폰도 없는걸요. 내 방도 없으며 온전히 혼자서 친구들 속으로 들어가 4박 5일을 살아내어야 하니까, 초등학생들에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닌 것이지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늘 똑같이 반복되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 간디학교의 캠프를 경험하면서 달라지게 됩니다.
웃음이 더 많아지고, 신나게 땀 흘리며 뛰어다니고,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 채운 4박 5일을 보내게 됩니다. 혼자서 스마트폰 보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행복한 그런 시간 말이지요. 함께 웃으며 뛰어노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되니, 그런 경험들이 좋았던 아이들은 중학교를 선택하는 순간에 산청간디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자기네들끼리는 산청간디의 성골이니 하면서 캠프의 경험담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신나는 산청간디학교 방학캠프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캠프의 꽃,
'자원봉사 선생님(줄여서 자봉쌤)'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긍정과 애정.
예를 들어볼게요.
마을 2곳이 있습니다.
첫 번째 마을은 그 마을 사람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돈을 열심히 많이 벌어서 얼른 다른 지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두 번째 마을은 그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이 살고 있는 그 마을에서 삶을 지속하기를 바라며, 함께 더 행복한 마을을 만드려고 노력합니다.
자, 첫 번째 마을과 두 번째 마을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어떤 마을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고, 또 앞으로 살아가게 될까요?
정답은 없어요.
첫 번째 마을 사람들도 당연히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두 번째 마을도 마찬가지겠지요.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이 올바른 정해진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단지, 저는 자신의 삶이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이 중요한 것임을 말하고 싶었어요.
지금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곳에 대한 긍정은 말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기는 뭐가 안 좋아, 이게 별로고 저게 별로야. 빨리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지'
'우리나라는 별로야' '헬조선이야' '이민 가야지'
이런 류의 말들만 가득한 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그 속에 있는 자신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나, 가족,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대해서 긍정과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그 모든 곳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사랑이 가득하게 자라나면 좋겠는걸요. 학교를 다니면서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중학교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는걸요.
다를 테니까요.
3년 내내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와 내내 불평과 불만을 호소하며 학교 가기 싫다며 짜증 내는 아이의 내적경험은 분명 크게 다를 테니까요.
두 번째, 졸업한 학교를 사랑하는 졸업생 : 캠프의 자원봉사 선생님들(자봉쌤)
신기하게도 산청간디중학교에는 졸업생들이 계속 학교를 찾아옵니다. 그저 한두 명이 아니라 이상하게 지속적으로 졸업생들이 그냥 찾아옵니다. 선생님을 보려고, 학교가 보고 싶어서, 동아리제하는 후배들 보러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이지요.
그런 졸업생들이 이번에는 학교에서 하는 방학캠프도 진행해 보겠다고 합니다. 10여 년 전 자기네들이 초등학생 시절 경험했던 모교의 캠프를, 성인이 되어서 이제는 자기네들이 자봉쌤 역할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보냈던 그 시간을, 그 공간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마음이겠지요.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4박 5일 동안 이 더운 여름 땡볕에서 내내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리는 졸업생 자봉쌤들.
저는 그 모습을 보는 내내 행복하면서 또 이런 학교를 모교로 가질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모교에서 이렇게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함께 캠프프로그램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용기, 마음, 경험, 생각, 고민하는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사랑하는 것, 그래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래서 나와 나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학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학교에서의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그런 자발성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늘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인해서 고민하던 시간들이 제법이었지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는 듯한 그들의 모습이 저에게는 그 어떤 교육 관련 책의 내용보다, 울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 이렇게 자라나면 되지 않을까?
자신이 걸어온 길의 많은 것들을 사랑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많은 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말이야.
지금의 17기, 18기, 19기 제자들이
다 큰 다음에 찾아와서 졸업생이라며 자봉쌤을 하면 어떨까요?
너무 대견하고 예뻐서 매일 저녁마다 치킨에 맥주에, 계속 사다가 먹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몰라ㅋㅋ어서어서 신나게 자라나서 오려무나.)
'보고 싶으니까,
어여삐 큰 너희들을'
그때 저는 또 얼마나 행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