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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Apr 24. 2024

나의 쓸모

나를 어디에 쓸까? 

요즘 계속, 계속되는 고민이다. 


어느 날 나의 쓸모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방황이 시작되었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고 내가 꼭 해내야만 하는 내 몫의 일이 없다는 생각은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 불안은 나의 쓸모를 따져보는 것으로 이어졌다. 결국, 마흔아홉에 백수가 되었다는 게 원인인 듯하다. 


고민이 시작되면서, 처음엔 만사가 귀찮고 기력이 없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불안감은 나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했고, 위축된 마음은 빠르게 자신감을 떨어뜨렸다. 그렇게 일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일상 속에서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그렇게 그 일을 좋아했던가!로 시작된 물음은, 그동안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일을 대하는 나의 자세,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 일에 대한 나의 책임감... 등 지나간 시간 속의 나를 하나하나 되짚어보았다. 

반성할 일이 많다는 걸 새삼 알았다. 어쩌면 지금 상황이 마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나를 질책하는 마음으로 번져갔다. 


꽤나 열심히 일 했다고 생각했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시작한 프리랜서 일은 마흔여덟까지 쉬지 않고 해 왔다. 소처럼 일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고, 집에 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일이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았다. 프리랜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했고, 프리랜서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던 일에 익숙해질 때쯤 결혼과 출산이라는 삶의 변화가 있었고, 육아의 버거움 때문인지, 나이를 먹어서인지, 일에 대한 나태나 고단 함인지 명확하지 않은 혼란을 겪으며 하나 둘 일이 끝이 나고 백수가 되었다. 

스스로 결정한 쉼은 아니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언제까지 쉴 거라는 계획이나 약속이 없다는 것이다. 또, 쉬어보지 않아서 잘 쉬는 방법을 몰라서, 불안함은 더해진다. 젊고, 활발하게 일할 때의 프리랜서가 아니라 그저 일 안 하는 백수를 마흔아홉에 겪어야 한다는 건 그래서 슬프고, 슬픈 일이 되었다. 이제 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이렇게 나는 작아지고 작아지고 작아진다. 


그럼 백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 자꾸자꾸 이유를 찾다 보니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간다. 이제 와서 원망스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반성할 일은 넘쳐난다. 

이쯤 되면 존재 자체가 부담이다. 

이 한 몸이 온전히 가치를 부여받는 곳이 어디인지, 찾지 못하고 있다. 

더 작아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릴 적 즐겨보던 TV만화 <호호 아줌마>처럼 작은 숟가락 만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어도 부담스럽지는 않을 테니까. 

아무도 보지 못하게 잠자코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누구 눈에도 띄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할 일은 산더미다. 끼니 준비며 아이 챙기기, 쓸고 닦고, 정리정돈... 등등. 백수는 백수고! 엄마로 아내로 살고 있으니 내 할 일이라는 암묵적 책임 속에 주어진 일이 많이 있다. 문제는 그 일들을 한다고 내가 쓸모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돈을 벌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미루어진 일들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피로처럼 내 주변에 내려앉아서 나를 불편하게 한다. 아직 그 일을 내 일로 명명하지 못한 탓이다. 결국 내가 머물고 있는 집.에서도 내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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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잠깐만 죽은 척 하고 살아볼게. 

   그러다 보면 나도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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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래된 고민이다. 한 번쯤은 쏟아내어야겠다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에 쌓아두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나에 대해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허세를 벗어버릴 기회가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를 돌아봐야 할 타이밍이 되었을 것이다. 쓸모를 찾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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