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찾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나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 두 살만이라도 나이가 많은 진짜 언니를 찾고 있으니까요.
그 조건을 만족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설레는 일이 될 거라는 걸 알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보겠습니다.
이왕이면 모나지 않은 따뜻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수다가 넘치는 사람이라면 편안할 것 같구요.
말수가 적어 주고받는 말이 몇 마디 안 되더라도 그 몇 마디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습니다.
너무 바쁘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전화를 하거나 만남을 요청할 때마다 거절을 당해야 할 만큼 바쁜 사람이라면 점점 마음이 닫힐지도 모르니까요.
생활이 그다지 팍팍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술도 한 잔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구요.
잘 웃는 사람이 좋아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갖고 있는 사람, 머뭇머뭇하기보다는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 감사함을 잘 표현하는 그런 사람이요.
그런 사람을 만나 “언니” 하고 부르고 싶습니다.
어딜 가나 젊은 사람이 이쁨 받고 환영받는 요즘 같은 시대에, MZ 열풍에 끼지도 못할 그런 나이 많은 사람을 왜 갑자기 찾나 싶겠지만 나는 간절하다.
요즘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어리광도 부려보고, 모르는 건 망설임 없이 물어도 보고, 나이답지 못해 보일까 봐 조마하는 마음은 애초에 챙기지 않아도 되는 그런 푸근한 언니를 만나고 싶다. 그 앞에서 동생 노릇 좀 해보고 싶다.
사람들과의 사적 관계를 거의 하지 않는 요즘, 아이의 친구 엄마들이나 아이 학교 학부모 모임 정도가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관계인데 그런 모임들에서 말을 트고 지내는 사람 중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명을 만나지 못했다. 모두가 나를 언니~라고 부른다.
학부모 모임에서 첫째 딸이 스무 살이 되었다는 한 엄마를 만나 마음속으로 환호를 외쳤지만, 알고 보니 그녀도 나보다 두 살 아래 동생이었다.
어쩜 이렇게까지 어린 사람들밖에 없는 걸까.....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이 많은 내가 불편한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건 아닐까.
나이를 줄일 수 없으니, 그럼 다른 방법은 뭐가 있는 걸까.
어리거나 젊은 척을 해야 하나?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하다.
반대로 내가 푸근하고, 따뜻하고, 여유 있고, 사람 좋은 언니 노릇을 하면 될 테지만, 요즘 마음으로는 그 노릇에는 영 관심이 없다. 그저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수월해지는 게 인생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나이를 먹고 보니 알게 되었다. 그 탓에 때로는 더 살아본 이의 조언도 필요하고, 힘이 되어줄 든든한 빽도 필요하고, 갈대처럼 흔들리는 내 정신줄을 잡아줄 똑바른 기준도 필요하다.
하지만 언니를 만나 답을 달라고 조를 생각은 없다.
50년 가까이 살아온 나의 이야기를 오롯이 이해하고 그에 딱 맞는 답을 줄 사람은 어차피 없으니까.
그저 포장 없이, 감추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
눈치 없이 굴어도, 잠깐 샛길로 빠져도, 미워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