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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Jul 05. 2024

급식 모니터링 하길 잘 했다!  



아이의 학교 급식은 엄마에게 늘 궁금한 부분이다. 

그 궁금증 속에는 언제나 한 스푼 정도 불안과 의심이 들어 있기도 하다. 

어디서 나고 자란 재료들을 골라 쓰는지, 그 많은 재료들은 꼼꼼히 세척이 되는지, 만드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는지, 맛은 괜찮은지, 또 아이들은 어떻게 얼마만큼의 양을 배식받고, 그 한 끼를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시시콜콜 궁금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매달 초 급식표도 나오고, 재료의 원산지 표시에, 영양 분석표 등 친절한 안내를 받지만 눈으로 보지 못한 엄마의 궁금증은 절대 글로 채워지지가 않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꼬맹이 1학년이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다는 소식에 궁금증을 넘어 걱정이 앞섰다. 급식 식당이 따로 없는 아이 학교에서는 배식카트가 각 교실로 전달이 되고 음식을 받은 아이들은 식판을 들고 자기 책상으로 가 밥을 먹어야 한다. 다행히 각 반마다 배식 카트를 옮겨주고, 식판에 배식을 도와주는 도우미분들이 계시지만, 혹여나 식판을 들고 책상까지 가는 중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래서 교실 바닥에 음식이 가득 담긴 식판을 엎기라도 하면 그 난감함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밥을 먹으며 책상 여기저기에 흘린 음식물 뒤처리는 또 어떻게 할까... 일어날 수 있을 법한 별별 상황들이 다 상상이 되면서 1학년 아이가 그 과정들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 마음이 더 버거워졌다. 


레모네이드가 후식으로 나온 어느 날에는, 아이가 뚜껑을 제대로 닫지 못해 음료를 두 번이나 책상 위에 통으로 쏟았다고 했다. 어머나... 이를 어째.... 그 난감한 장면이 고스란히 눈앞에 그려지면서 내 얼굴이 절로 찡그러졌다. 어떻게 처리했는지부터 물어보았다. 교실에 두고 쓰는 티슈 한 통을 거의 다 쓸 만큼 책상을 열심히 닦아 냈는데도 계속 끈적거려 힘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순간, 그 뒤처리를 도와주지 않은 담임선생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닦아내느라 점심시간 내내 애를 썼을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눈앞에서 펼쳐진 그 상황을 보고 있자면 절로 짜증이 났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또 나도 모르게 마음 한 편이 오그라들었다. 


아이의 급식은 생각만 해도 걱정과 불안함, 안쓰러움과 대견함, 조마조마함과 안도감... 등 수많은 감정이 들고일어난다. 그러다 며칠 전 직접 급식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공수되는 급식 재료를 확인하는 일부터 씻고 다듬고 조리하고 배식하는 모습까지 모든 진행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정해진 날, 급식실로 찾아가니 이미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배송된 재료들을 받아 항목별로 용량과 원산지, 배송당시 온도, 신선도.. 등을 하나하나 확인을 하고, 조리 과정별로 재료를 구분하고 세척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들어가 본 조리실은 위생에 철저했다. 위생신발부터 고무장갑, 앞치마, 위생복 등은 조리용과 청소용으로 구분이 돼 있었고, 도마나 칼, 그릇 등 각종 조리도구들도 용도별로 철저히 구분해 사용되었다. 나도 위생복에 위생신발, 위생모까지 착용을 한 후에 조리실 입장이 허락되었는데, 들어서자마자 가장 놀라운 것은 조리사분 모두가 박력 넘치게 분주하다는 거였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조리과정에는 웬만한 장정들이 쓸법한 힘이 필요해 보였고, 아이들 먹거리다 보니 과정 하나하나 마다 까다로운 절차들이 많았다 식판에 김치 하나를 놓는 일에도 맛은 물론 염도 체크와 맵기 조절, 아이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써는 작업까지 손 가는 일이 많았다. 식구들 한 끼 준비에도 서투른 나는 감히 조리사분들의 역량을 가늠할 수 없지만, 제한된 인원이 정해진 시간 안에 아이들의 한 끼를 해내야 하는 급식실에는 잠깐의 틈도 없어 보였다. 지켜보고 있는 내 마음으로도 이미  ‘아이고 허리야~’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오고도 남을 상황이었는데, 누구 한 사람 손이 느려지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순간 없이 쉴 새 없이 진행되어 갔다. 손발이 척척 맞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눈으로 확인한 듯했다.. 문득, 조리사분들 중 한 분이라도 몸이 아프거나 돌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하는 난데없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커피 한 잔의 휴식도, 허리 한번 필 정도의 여유도 없이 만들어진 음식은 차례차례 각 배식 카트에 실렸다. 누구라도 좋아하는 고추잡채에 꽃빵, 대추, 밤, 인삼 등이 듬뿍 들어있는 닭곰탕, 이름은 낯설지만 맛은 일품이었던 부지깽이나물볶음, 먹기 좋게 익은 김치와 차조밥, 그리고 새콤달콤 오렌지까지~ 갓 만들어진 음식들은 알록달록 색깔도 예쁘고 냄새도 근사했다. 잠시 후 배식 도우미 분들이 정갈하게 담은 음식을 싣고 카트들은 시간에 맞춰 아이들 교실로 출발했다. 배식 카트만 보고도 눈이 반짝반짝하고, 좋아하는 메뉴 하나에도 탄성이 나오고~ 아이들에게 점심시간은 그냥 즐거운 모양이었다. 지켜보는 나도 절로 웃음이 났다. 


나도 아이들과 똑같은 식판에 맛 좋은 밥 한 끼를 배부르게 잘 먹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의 점심 한 번이 그냥 뚝딱 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했고, 까다롭고 예민한 과정을 누구도 대수롭게 넘기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점심시간은 엄마가 걱정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시간이 아니라 맛있는 밥이 기다리는 신나는 시간이었다. 

급식 모니터링 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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