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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찡의 유전자 Jul 19. 2023

부모와 자식의 의무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란 무엇일까

나는 다음 학기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간다. 운이 좋게도 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어 UC버클리라는 좋은 학교에서 공부를 해볼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비용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기를 보면 보통 1년에 3000~5000불 사이의 금액이 필요하다. 이는 대학생에게 절대 적지 않은 돈이다. 심지어 이는 성인에게도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께서 교육에 필요한 금액을 모두 지원해주시기로 하였다. 그렇게 마음이 편해지고 미국으로 가기 전에 블로그도 쓰고 친구들도 만나고 있던 와중에 문득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리고 강남 8학군에서 교육을 받았다. 원하는 학원은 모두 다닐 수 있었고 취미생활, 여가생활 등 모든 부분에서 부모님은 나를 믿고 투자해주셨다. 또한, 재수비용도 모두 대주셨고 대학 입학 후에도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셨다. 이러한 모든 비용을 계산해봤을 때, 적지 않은 금액을 나에게 투자해주셨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의문이 들었다. 과연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금전적 지원은 부모의 의무일까. 부모로서의 의무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반대로, 자식의 의무는 무엇일까.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지원해주는 이유는 자식이 잘되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원하는 길에 대한 투자를 아낌없이 해준다. '부모는 자식을 못이긴다'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부모들은 자식에게 있어서 자신이 짊어질 수 있는 최대한의 의무와 책임을 떠안는다. 심지어 불필요한 부분까지도 자신들이 떠안는 부모들도 있다. 이런 점을 보면, 부모님들은 스스로 자식에 대한 의무를 자신들이 다 지웠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말은 사실, '부모의 무한한 희생'을 표현한 것 아닐까. 부모님 스스로 자식들에게 희생을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게 우리의 의무야'라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끝까지 배려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식의 경우에는 어떨까.


나는 대입까지의 과정에서 받은 지원에 대해 어느정도 보답을 했다고 생각한다. 학교 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었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바라는 '건강하게 자라기'를 성공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를 생각해보면 나는 부모님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돈을 번 적도 거의 없고, 모든 부분에서 부모님께 기대고 있다. 부모님이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당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희생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고로, 나는 자식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 같다. 여기서 자식으로서의 의무는 경제적 독립이다. 또한, 부모님은 나에게 항상 내가 원하는 길을 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분명 부모님께서 나에게 원하거나 기대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여쭤보지 않았고 그냥 내 길을 가고 있다. 여기서 해결할 수 없는 의문이 생겼다. 내가 원하는 길을 가는 것과 부모님이 기대하는 길을 걷는 것 중 어는 것이 자식으로서의 의무일까. 내 삶은 분명 나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부모님께 받은 것을 생각하면 나의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의무는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즉, 부모로서의 의무를 통한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자식이 꼭 보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로서의 의무와 자식으로서의 의무는 독립적이다. 하지만, 두 개의 의무 모두 절대적으로 정해질 수 없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의무를 벗어난 희생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그에 대한 보답은 당연한 것이 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 받고 있는 부모님의 지원과 희생에 대한 보답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금전적 독립? 사회적 성공? 그냥 행복하게 사는 것? 이 중 무엇일까.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나의 삶과 자식으로서의 삶을 동시에 사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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