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정치 그리고 인간

과학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와 인간

우리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핸드폰, 컴퓨터, 교통수단 등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개입하지 않은 곳은 없다. 이처럼 과학은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였다. 대표적으로 식량문제가 있다. 인공적인 질소 고정을 가능케한 프리츠 하버(Fritz Haber)는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였다. 또한, 현재는 인공적인 식료품을 개발할 정도이다. 그리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으며 의료기술의 발달로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유전자 치료를 이용하여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과학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며 당연시 여긴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정치는 과학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에 환호한다. 지금 오염수 방류문제를 보면 그렇다. 수 많은 대학교수, 연구원들을 모아 토론을 해도 모자를 판에 과학의 'ㄱ' 원자력의 'ㅇ'도 모르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서로 자기 말이 옳다며 싸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교묘하게 자기 편에 유리한 부분만 편집하여 영상을 올린다. 과학을 소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주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과학을 무시한다. 그것도 과학이 가장 필요한 때에 말이다. 

사실 정치는 우리 사회 곳곳에 개입한다. 정치가 개입하지 않는 영역을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그만큼 정치는 포괄적이며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인 것이다. 하지만, 정치 스스로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 과학이 그 영역이다. 정치는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항상 합리적인 사고를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은 이성의 영역이다. 과학은 항상 이성을 필요로 한다. 이성적이지 않은, 논리적이지 않은 사고가 과학에 첨가되는 순간 과학은 과학이 아니게 된다. 

정치가 과학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과 과학적 결과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다르다. 전자는 과학적 분석 과정에 정치가 개입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후자는 과학적으로 도출된 결론을 정치적인 의견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과정에는 개입하지 말되 결과는 마음껏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오염수 방류문제를 들어보면, 교수마다 의견이 다르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정치인이 왈가왈부 할 상황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모여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결론이 도출된 후에 정치의 역할이 시작되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오염수를 방류해도 된다는 입장의 근거가 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방류하면 안된다는 입장의 근거가 될 것이다. 

정치와 과학은 최대한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는 국민인 우리가 유지하여야 한다. 정치가 과학에 개입하여도 국민이 그것을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 과학과 정치의 가치는 유진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정치와 과학의 독립적인 관계를 무너뜨리는 순간 정치와 과학 그리고 국민으로서 우리의 가치는 모두 떨어진다. 과학은 과학이어야 한다. 정치는 정치여야 한다. 그리고 국민인 우리는 둘을 구별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