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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Nov 20. 2022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4

의지와 결과 & 자구적인 것과 알레고리

의지와 결과 & 자구적인 것과 알레고리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원 졸업 후 유럽 음악계에서 인정받는 작곡가가 되었다. 그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The Lady Macbeth in the Mtsensk District)은 러시아에서 뿐 아니라 스톡홀름, 취리히, 런던, 코펜하겐 등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이런 유명세 때문이었는지 당시 소련 지도자 스탈린이 그의 오페라를 관람하러 왔다. 그날 쇼스타코비치는 아르한겔스크로 떠나야 할 상황에서 공연장에 참석했다. 그런데 스탈린이 공연 중 나가버렸다. 쇼스타코비치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관객들도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그날 밤 쇼스타코비치는 아르한겔스크행 기차를 탔다. 다음 날 그는 신문을 넘기다가 우연히 전날 밤 공연되었던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에 대한 비평을 보게 된다. 완전히 혹평이었다. 선율이 파편적이어서 도저히 음악이라고 할 수 없고 내용은 퇴폐적이고, 쇼스타코비치는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는 공산당의 비판을 받은 많은 예술가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숙청되던 시절이었다. 쇼스타코비치는 목숨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    

  

그는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친분이 있던 장군을 찾아가서 이 일을 호소했다. 그 장군은 애써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게 된다. 스탈린 시절에 예술 작품은 발표되기 전에 반드시 공산당으로부터 사전 검열을 받게 되어 있었다. 쇼스타코비치가 한동안 이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를 돕겠다고 약속했던 장군이 당의 모함으로 숙청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도대체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에서 무엇이 스탈린에게 문제가 되었을까?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여주인공 카테리나는 재력가와 결혼한다. 남편은 그녀에게 별로 관심을 주지 않는다. 어느 날 남편은 출장을 가고, 새로운 하인이 고용된다. 그의 이름은 세르게이이다. 세르게이는 어느새 카테리나의 연인이 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카테리나의 시아버지에게 발각된다. 카트리나는 마침내 시아버지를 버섯 수프로 독살한다. 이후 남편이 귀가한다. 그날 하필 두 사람이 침실에 함께 있던 때였다. 남편이 들어오는 기척을 듣고 세르게이는 침실 구석으로 몸을 숨긴다. 침실로 들어온 남편은 카타리나와 말다툼을 한다. 도중에 남편이 카테리나에게 폭력을 행사하자 그녀는 "세르게이"라고 외친다. 숨어 있던 세르게이가 나오고 남편과 그의 육박전이 벌어진다. 끝내 살인이 발생한다. 남편의 시신은 두 사람에 의해 와인 창고로 옮겨진다. 이후 둘은 신부를 초청하여 결혼식을 올린다. 함참 피로연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 하인이 우연히 와인 창고에서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부부는 체포되어 유형을 받는다. 세르게이는 카테리나 때문에 자신의 신세를 망쳤다고 그녀를 원망한다. 유형지로 가는 도중 세르게이는 일행 중에 있던 한 여죄수와 눈이 맞는다.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배를 타게 된다. 뱃전에 서 있는 카테리나에게 세르게이의 새 연인이 다가와 자신이 먹고 있던 간식을 내민다. 그 순간 카테리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바다로 몸을 던진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그녀가 살았던 지방의 귀족들은 카테리나를  “맥베스 부인”이라고 불렀다.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니콜라이 네스코프(Nikolai Leskov)의 동명 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 각색은 있었지만. 큰 줄거리는 유지되고 있다. 쇼스타코비치는 원작의 어떤 면에 매료되었을까, 일을 시도할 때 그 일을 향한 의지가 중요할까, 그 일의 결과를 내다보는 것이 중요할까, 우리는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해야 할까, 자구적으로, 알레고리적으로.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1963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Katerina Izmailova)로 개명. 영화(1966) https://www.youtube.com/watch?v=7A6K2BeCMz0


다음 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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