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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Nov 13. 2022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3

낯섦과 친숙함

낯섦과 친숙함   

  

낯섦의 미학. 낯설다는 것이 왜 미적인 효과가 있을까? 우리는 낯선 것과 조우했을 때 관심을 갖거나 외면한다. 관심을 끄는 낯섦은 어떤 것인가? 문학에서 러시아 형식주의를 주도한  쉬클로프스키는 시 작품에서 “낯설게 하기”를 강조했다. 러시아 형식주의 음악가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쇼스타코비치는 그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음악작품에서 낯섦을 강조했다. 친숙함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참신한 것에 가치를 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모든 작품이 낯섦을 주는 것은 아니다. 친밀감을 주는 작품도 많다.        


그렇다면 형식주의 음악을 고수하는 쇼스타코비치가 친밀감을 주는 음악을 왜 창작했을까? 익숙한 것이 진부하지만, 진부한 것은 오랫동안 유지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밀쳐두었다가 문득 한 번씩 꺼내보게 되는. 쇼스타코비치도 예외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가 친밀한 음악을 작곡한 데에는 또 다른 사정이 있다. 쇼스타코비치는 소비에트 시절 스탈린 정권하에서 활동했다. 스탈린 정권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정립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예술작품은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워야 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제시해야 된다. 이것은 당시 소비에트 예술가들에게 선택 사항이 아니라 칙령이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음악적 구현은 민요 선율처럼, 듣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곡이다. 특히 가곡과 영화음악이 적극적으로 권장되었다. 가사나 대사가 있으니 정권 선전에 활용할 수 있는 동시에 정권에 반대하는 내용을 즉시 알아볼 수 있었다. 악기 연주에서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팡파르 연주가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유행했던 재즈는 부르주아의 퇴폐적인 음악으로 간주되었다. 재즈는 당시 미국에서 대중적이었는데도 말이다.      


다시 낯섦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음악에서 낯섦을 말하자면, 12음 기법으로 작곡한 무조음악(atonal music)만 한 것도 없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시향 연주회 프로그램에서 12음 기법을 사용한 아널드 쇤베르크나 알반 베르크의 작품을 본 적은 많지 않은 듯하다. 내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려운 음악은 전문가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들어야 이해할 수 있다.    

  

낯섦을 추구한 작품은 낯섦 자체라고 할 수 있는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예술작품 낯설게 하기는 어느 선에서 친숙함과 타협해야 하는가, 예술적 취향은 개인적인 것인가, 대중적인 것인가, 무대에서 연주하는 연주가의 연주는 그 사람만의 유희라고 할 수 있는가, 보편적 대중을 염두에 두었다고 해서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 경향을 폐기했다고 할 수 있을까.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가운데 

(1) 좀 낯섦: https://www.youtube.com/watch?v=QW-fsEEJmHE

(2) 팡파르: https://www.youtube.com/watch?v=WITiK5vJYV0

(3) 운동장 조회 후 퇴장 때 적합할 듯한: https://www.youtube.com/watch?v=uMNkYynu2hU&list=PLJg8AHRF_w604CkWZfSAMM_4ABeJtvMyz&index=8

(4) 낭만적: https://www.youtube.com/watch?v=-sBKW7jMyLM     

 

다음 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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