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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Nov 06. 2022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2

천재와 기질

천재와 기질  

   

꽤 오래전이다. 매체에서 피카소를 조명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붓을 들고 캔버스에 한 번에 슥슥슥슥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의 70% 정도가 채워졌던 것 같다. 이후 나는 이 장면을 자주 꺼내본다. “천재”는 사전에서 선천적으로 보통사람보다 아주 뛰어난 정신 능력이나 재주로 정의된다. 유럽 예술사에서 천재라는 개념은 낭만주의 시기에 나타났다. 당시 천재는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능력을 가진 예술가들에게 붙여진 찬사였다. 이전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은 있었다. 모차르트는 35세에 생을 마감했지만, 600여 곡을 남겼다. 그에게는 시간의 분량을 넘어설 수 있는 어떤 위력이 있었던 것 같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나는 『증언』을 통해 쇼스타코비치가 창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천재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오선지에 거침없이 음표를 기입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작곡 속도가 빠르다고 평한다. 지인들의 말에 대해 쇼스타코비치는 이렇게 반응한다. 본인은 음악을 머릿속에서 거의 구성한 다음 오선지에 옮긴다고.     


이 대목에서 나는 피카소를 또 떠올렸다. 어쩌면 피카소도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거침없는 창작 속도는 그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숙고하는가에 달려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내가 쇼스타코비치에게 끌린 이유들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집중력 때문이다. 『증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쇼스타코비치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작곡가 중에 프로코피에프가 있다. 프로코피에프는 작곡할 때 아이들이 작은 소리라도 내면, 애들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는 그러한 소음에 방해받지 않는다. 그는 주변이 소란해도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에게 방해되지 않는 건 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전쟁 중에 닭장에서 판자를 책상 삼아 작업했다. 

     

창작을 향한 지극한 마음, 예술을 향한 지극한 마음, 일함을 향한 지극한 마음. 열정. 천재? 무엇인가를 향한 지극한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자연적으로 주어진 기질이지 않을까;    

 

다음 편: 드리트리 쇼스타코비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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