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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전문가윤담헌 Sep 28. 2023

독도 월출 촬영은 가능할까?

일월출 정보를 알려주는 TPE를 알아보자

https://blog.kwonochul.com/697

천체사진가 권오철 님 블로그

 위 사진은 2014년 천체사진가 권오철 님이 3년의 고생 끝에 얻은 울릉도에서 바라본 독도 일출 사진이다.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후배들이 다른 날 다른 시각에 찍었다는 같은 사진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육지에서 울릉도를 간다는 것부터도 쉽지 않거니와 관측자의 위치와 독도, 그리고 태양이 일직선을 이루는 상황이 얼마나 드문지 쉽게 알 수 있다.

 링크에 나오는 것처럼 태양의 시직경이 0.5도인데, 울릉도에서 봤을 때 독도의 시야 범위는 0.3도가량 되어 사진처럼 태양의 품 안에 독도가 쏙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운데 태양이 0.5도가량 된다면 사진의 가로는 약 2도 정도의 시야 범위이기 때문에 135 카메라 기준 1031mm의 초점거리를 가진 망원렌즈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또한, 지구가 구면이기 때문에 독도의 모습을 울릉도 바닷가에서는 볼 수 없어 독도가 보일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야 되는데, 모두 다 아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따라 해발 635m가량 올라가야 한다는 정보도 알 수 있다. 심지어 권오철 작가는 대기의 굴절효과까지 따지면 500-600m가량의 고도가 적합하다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계신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정보만으로 '아, 오늘 당장 울릉도로 가보자!' 하고 카메라를 메고 가는 이는 없을 것이다.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태양과 독도가 일직선이 되는 시기가 흔하지 않다. 태양은 나날이 황도를 따라 이동하며 천구상의 고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또한, 바닷가의 기상은 예측 불가이기 때문에 새벽의 하늘이 맑은 하늘일지 아니면 안개가 자욱한 하늘일지는 복불복이다.

 하지만 울릉도에서 독도를 촬영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에게만 가능한 독특한 이벤트인 것임은 확실하다. 심지어 다행스럽게도 울릉도는 낮은 고도의 섬이 아니라 성인봉의 고도가 984m 나 되는 높은 고도를 가진 섬이다. 독도를 바라보는 동남쪽 방향인 도동에서부터 산 위로 올라가는 방향은 깎아지른 절벽이 많아 500-600m까지 올라갔을 때 앞을 가리지도 않는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에서 우리가 권오철 작가님처럼 사진을 찍으려면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울릉도까지 건너가는 교통편이나 망원렌즈를 짊어지고 산을 올라갈 수 있는 기초 체력은 제외하고 말이다.

 구글 맵을 연동 해서 사진을 촬영할 때 태양의 고도와 방위각을 알려주는 웹사이트가 있어 소개한다. Photo Ephimeris라는 웹사이트이다.

https://photoephemeris.com/web

 사실 예전에는 The Photographer's Ephemeris라고 해서 TPE라고 부르던 사이트이다. Ephemeris는 천체력이란 뜻으로 태양과 달 등 천체의 일출, 일몰 시각을 수록한 표를 말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TPE는 구글 맵에서 촬영자의 위치를 입력했을 때 날짜에 따라 태양과 달이 정확히 언제 뜨고 지는지, 그리고 어디서 뜨고 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유료 결제를 하면 3D로 볼 수 있는데 거기까지 필요한가 싶고 이메일 회원가입을 하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TPE를 기본적으로 켰을 때 화면은 아래와 같다.

구글 맵에서 내가 원하는 위치로 이동 후 화면의 오른쪽에 있는 붉은 핀 아이콘을 누르면 위 그림처럼 가운데 붉은색 핀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핀에서 사방으로 뻗어지는 선들이 보이는데 주황색 계열의 선이 태양, 푸른색 계열의 선이 달이 뜨고 지는 방향을 나타낸다.

 날짜는 화면의 상단에서 바꿀 수 있고, 위치 또한 검색 창을 열어 주요 도시로 이동할 수도 있다. 다음은 위와 같이 촬영자 위치를 선택한 후 우측 붉은색 핀 아이콘 아래에 있는 회색 핀 아이콘을 누르면 관측자가 바라보는 목표 지형을 찍을 수 있다. 예컨대 아래 그림과 같이 말이다.

 화면 하단을 보면 Azimuth 가 있는데 이것이 붉은 핀으로부터 회색 핀이 있는 위치의 방위각이다. 이렇게 핀들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촬영자와 피사체의 최적 촬영 구도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자, 그럼 이 방법을 울릉도와 독도에 적용해 보자.

 울릉도의 한 위치에 붉은 핀을 꽂아 보았다.  다음에 할 일은 바로 피사체인 독도에 회색 핀을 꽂는 일이다.

 이렇게 회색핀이 이어진 선을 태양이 뜨는 방향을 나타내는 선과 일치시키면 된다. 날짜를 조절해 보면 현재로부터 가장 가까운 날짜는 아래 그림과 같이 2023년 11월 2일이 된다.

 여기서 울릉도에서 독도를 바라보는 방향의 방위각은 107.8도 정도 됨을 알 수 있다. 직접 해보면 아는데 울릉도에서도 위치를 조금만 바꿔도 붉은색-회색 핀을 잇는 선과 일출선이 바로 어긋나 버린다. 즉, 11월 2일에 울릉도에 갔어도 울릉도의 모든 위치에서 독도와 태양이 겹치는 게 아니라 특정 위치에 가야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개기일식처럼 말이다.

 이렇게 설정한 붉은색핀을 한번 클릭하면 위도, 경도 좌표와 해발 고도까지 알려준다. 이 위치가 정확히 등산을 해서 도달할 수 있는 위치인지, 앞에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있는지 없는지는 촬영자가 알아내야 할 몫이다. 만약 적합하지 않다 싶으면 같은 경로의 다른 위치를 최종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이 툴을 이용하면 독도의 일출이 아니라, 독도 월출 사진도 가능하지 않을까?


 독도와 달이 겹치는 월출 사진을 찍는 건 배로 힘든 일이다. 달은 한 달에 지구를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천구상의 위치가 시시각각 바뀌는 천체이다. 그런데 그런 달이 뜨는 시점의 방위각이 독도와 겹칠 때를 찾는 게 쉬운 일일까?

 TPE를 이용해서 그런 날을 찾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사이트를 한 개 더 소개하자면 Time and Date.com이라는 곳이 있다.

https://www.timeanddate.com/

 여기에는 Moonrise calculator라는 기능이 있어 역시 특정 위치에서의 달이 뜨고 지는 시각과 방위각, 달의 위상 등을 제공한다. 심지어 관측자 위치를 검색할 때 아래와 같이 울릉도까지 지원이 되는 사이트다.

 이렇게 울릉도를 검색하여 원하는 해와 달로 이동하면 각 날짜별로 달이 뜨고 지는 시각이 표로 나오게 된다.

 울릉도에서 달이 뜨는 방향이 107도가량 되는 날을 찾으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달이 107도 방위각에서 뜨는 날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아, 어제였네?

 어제 날짜(23년 9월 27일)에서의 달이 뜨는 방향을 독도 방향과 일치시켜 보았다. 물론 어제 날씨는 전국적으로 비 또는 흐림이었고, 달의 위상이 아직 보름달이 안돼서 월출 시각이 오후 5시 12분이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월출 시각과 달의 위상까지 생각해야 되니 흔하게 찍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과연 우리는 독도 일출 사진과 같은 독도 월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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