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새벽에 낌새가 이상해서 출근 준비하던 아빠를 불러 세웠던 것.
부랴부랴 짐도 다 챙기지 못한 채 대충 옷만 걸쳐 입고 베개만 들고 병원에 간 것
(갑자기 베개는 왜 들고 갔던 건지)
혹시 해서 왔던 것이었는데
갑자기 분만 준비를 한다며 옷을 갈아입고, 기계를 이리저리 붙였던 일
진통을 하고 있는 와중에
마치 이때를 위해 기계공학을 전공이라도 했는지
그래프 분석을 끝내고는
곧
“이제 온다.. 온다..”
(진통이 곧 올 거라는 이야기)
결국 접시물 만한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낸 나는 수술을 외쳤고
진통 8시간 만에 너를 만나게 되었지.
너를 만나기 전에
애를 낳고 나면 찐만두, 우동, 고기 등 주변 맛집을 다 섭렵해 버리겠다는 나의 야심 찬 계획은
긴급 수술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죽도 아닌
쌀들이 살짝 샤워만 하고 간듯한 미음을 만나게 된 나는
제대로 일으키지도 못하는 상태로 괜히 아빠에게 짜증을 냈었지.
그리고
분명 나를 부르는 것 같은데
나인지 모르겠던
산모님이라는 그 단어가 왜 이리 무섭고 두렵게 느껴지던지
너무 만나고 싶고, 기다렸던 우리 딸인데
막상 오프라인으로 만나게 되니
작고 여려서 내가 어찌할 수가 없더라.
이 모든 게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왜 이리 어제같이 생생하게 느껴지는지
분명 너와 나의 일이지만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우리 딸.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친구들과 학교 생활 즐겁게 하며
네가 원하는 것 모두 이루길 바랄게.
생일이 끝나기 10분 전 글을 마무리하며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