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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람 Oct 29. 2022

무해한 게 대세지


"해은 씨 성이 무 씨예요? 무해은?"

- "풉, 성해은이에요. 성해은"


<환승연애2> 늦깍이 시청자였던 탓에 벌어진 사고. 하이라이트 클립으로 해은현규 커플 서사만 급하게 공부했던 터라 출연자의 성씨까지는 알지 못했다. 유투브 댓글을 통해 해은의 본명을 '무해은'으로 짐작하고, 동료와의 스몰토크에서 패기롭게 해은의 성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 화근이었다. 어쨌든


무해하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바야흐로 무해한 것 전성시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세상을 아름답게 밝히더니, 공격력0 악의0의 유머 코드를 가진 코미디언 문상훈이 유퀴즈에 출연해 MC들에게 세상 무해한 편지를 전한다. 2022년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환승연애2>에서 조차, 가장 무해한 출연자가 가장 인기가 많은 출연자가 되어 큰 응원을 받는다.


사회과학(신문방송)을 전공하긴 했으나, 전공보다는 교양에 더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이 현상을 분석할 배경지식이 없다. 글에 신뢰성을 더할 학사 이상의 학위는 더더욱 없다. 현상을 설명할 자격은 없으나,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다져진 콘텐츠력, 인터넷 친구들을 설득할 F형 인간의 공감능력은 있으므로, 나의 잡기들로 이 글에 신빙성을 조금 더해보고자 한다.


2022년 무해한 것들의 유행의 원인은 바로


현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이 아닐까. 언제는 삶이 팍팍하지 않았느냐마는. 올해는 주식시장도 바닥을 치고, 코인 가격도 바닥을 쳤으며, 부동산도 바닥을 치고, 손흥민의 경기력도 바닥을 치고, 청년들의 결혼율도 바닥을 치고, 덩달아 출산율도 최저점을 찍었으며, 이런 사회 분위기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듯 나의 통장 잔고도 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 없는 물가는 반대로 상승하여 안 그래도 힘든 우리네 삶을 더더욱 힘들게 만들어 버렸지 않은가.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TV로라도 편안한 거 봐야지.


TV나 잡지 같은 미디어는 흔히 사람들의 판타지를 판다고 하지 않나. 현실에 없는 것, 그래서 더 가지고 싶은 것들을 팔아야하지 않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무해한 '정의'를 팔고, 문상훈은 조금은 킹받지만 내가 저 사람(캐릭터)보다는 낫다는 혹은 저 사람처럼 조금 미숙해도 괜찮다는 무해한 '위안'을 팔고, <환승연애2>는 누구나 꿈꾸는 무해한 '사랑'을 판다고 분석하겠다. 어떤가 나의 분석이 좀 그럴싸한가?


(끄-덕)


아아 이 무해한 유행에 편승하고자 기꺼이 판타지에 돈을 지불하기로 한다. 나의 일상에 가장 큰 위안을 주는 BDNS(문상훈 출연) 채널의 굿즈를 결제하는 것이다. 맞다. 이 글은 사실 옷 자랑할 겸 겸사겸사 쓰는 글이다. 가장 핫한 셀럽들을 무해라는 키워드로 엮어 조회수도 좀 올리면서 말이다. 무해함을 다루는 글에 유해한 의도를 담아서 미안하다. 그래도 하려던 건 마저 해야겠다. 어때 옷 예쁘지?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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