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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ie Park Dec 28. 2022

인생 첫 레이오버 - 모스크바

플라이두바이승무원의 비행일기

/ 내 인생 가장 첫 번째 레이오버


비행을 시작한 지 3개월 받은 첫 레이오버를 받았다. 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내 동기들은 이미 한 번씩 다녀왔지만 나는 회사에서 등록해줘야 하는 서류가 정상적으로 등록되지 않아서 비딩을 했음에도 한 번을 받지 못하고 레이오버에 대한 기대가 없어져 갈 때쯤 스케줄에 레이오버가 보였다.


‘Moscow 24hours layover’


나에겐 레이오버란 하늘의 별 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 12월의 크리스마스처럼 나타난 레이오버다. 러시아는 현재 상황이 이전과 다르기 때문에 이미 다녀온 나의 친구들에게 조금씩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값진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정보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제대로 레이오버를 즐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러시아는 사정상 해외 카드를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달러로 환전이 필수!

▣ 호텔은 시내와 거리가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나가야 한다는 점!

▣ 현재 레드 스퀘어에서는 크리스마스마켓을 하고 있다는 점!

▣러시아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



/ 무릎까지 온 눈에 뽀드득 거림에 설렘이 가득했다.



모스코에 도착을 하고 호텔을 체크인하자마자 방으로 와 커튼을 활짝 열어보니 눈이 한가득 와있었다. 겨울에 태어나 차가운 계절을 좋아하는 나에게 설명할 수 없는 흥분감과 설렘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새벽 5시였고, 당장 옷을 갈아입고 나가기엔 일러 서둘러 못다 한 잠을 잤다. 저절로 눈이 떠지자마자 옷을 성급히 입고 나는 시내 쪽으로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머물고 있는 호텔은 시내와 거리가 꽤 멀게 있었기 때문에 버스와 지하철을 탔어야 했는데 러시아어를 전혀 하지 못해 긴장해있던 나는 생각보다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에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버스에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은 색이 다양한 아우터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 기준으로 얌전하다고 생각한 소라색의 무스탕을 입었는데 이게 나에게 관광객이라는 것이 팍팍 티 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리고 한참 버스를 타고 가던 중 한 정거장에서 한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타시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아무도 안 도와주는 것이었다. 도와드린다는 눈빛과 제스처를 보내고 도움을 드렸는데 그 이후 할머니의 러시아로 쏟아지는 말들을 알아들을 수 없어 웃음으로 대답해버렸다. 고맙다는 말 "스바시바!"만 귓가에 잘 들렸으니깐 그걸로 어떤 의미인지는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






/ 러시아는 어쩌면 크리스마스에 제일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레드 스퀘어에 도착하니 광장 전체가 빨강과 노랑 그리고 초록색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위해 롯지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사이로 예쁜 트리들이 곳곳 들어있어 크리스마스가 왔다는 것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빨리 걷던 걸음의 속도를 천천히 줄였고 내 인생 첫 러시아의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차가운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아있지만 따뜻한 색의 전구들이 그 기운을 다시 올려주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보면서 그 속의 즐거움이 가득한 아이들의 웃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날씨가 많이 추웠기 때문에 수족냉증을 갖고 있던 나는 서둘러 백화점 몰과 밖을 번갈아 돌아다니면서 왔다 갔다를 반복하니 예상치 못한 건물을 볼 수 있었다. 랜드마크 건설!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러시아의 바실리 성당 실제로 보니 정말 다채로운 색으로 화려한 궁전이었다.




/ 인생을 알 수 없는 순간의 연속



러시아. 사실 내 삶의 여행 리스트에는 전혀 있지 않은 나라였다. 플라이 두바이를 다니면서 정말 예상치 못한 경험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는 다른 항공사에서는 겪어보지 못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 같다.


차갑게 굴던 이미그레이션 직원이 첫 러시아인 것을 알았을 때 "웰컴 투 러시아"를 하며 미소를 보내는 것,

내가 러시아어를 못했지만 바디랭기지로 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던 것,

전시 상황이지만 러시아만큼은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

그에 반해 우크라이나의 광장은 어둠이 깔린 크리스마스트리만 있는 것,

하루하루가 알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 첫 레이오버 이야기를 마쳐보려 한다.


Insta @jennieya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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