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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Sep 13. 2023

베트남에선 모두가 마담이 된다

(단, 남성분들은 제외)



Have a good day, Madam.
헤브 어 굿데이 마담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마담)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적응이 안 되었던 것은

아파트 인포데스크나 격식이 있는 고급식당에 갈 때면

직원들이 나를 'Madam(마담)'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그간 20여 개국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꼬박꼬박 마담을 붙이는 나라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아파트 인포데스크에서는

때로는 나를 'Mrs(미시즈).0'라고 불렀는데

그럴 때마다 미혼인 나로서는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베트남 기준으로 

나이로 치면 애가 둘이 있고도 남을 나이이니

결혼한 여성을 일컫는 호칭인 미시즈라고 부르는 것은

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이 '마담'이라는 것은 

도무지 들을 때마다 적응이 안 되고 거부감이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에 들여오며 초기부터 잘못 형성된 '화류계 여인' 이미지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부인' 또는 '여사'님처럼 들리는 것이었다.


차라리 한국사람에게 익숙한 '맴(Ma'am)' 정도로 불렸으면

덜 찝찝했을지도 모르겠다.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 내 머릿속의 마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마담이라는 단어는 'Ma dominia(나의 여인)'이라는 라틴어에서 출발한 

프랑스어로(프랑스어 표기는 Madame) 

과거 중세시대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예술을 후원하고 예술가들과 살롱문화를 이끈 귀족부인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Sir(써)라는 남성 존칭처럼 여성을 극존칭 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며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로 정착하였다.


유래를 찾아본 후에야 

그제야 유독 베트남에서 마담소리를 그렇게 많이 듣게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과거 프랑스 식민통치의 영향으로

베트남 곳곳에 이런 프랑스 문화가 많이 녹아있는 것이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영어와 미국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같은 영어라도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나 표현들이 

베트남에서는 참 많다.


이를테면, 알파벳 읽기도 다르다.

ABC를 우리는 당연히 '에이비씨'라고 읽는 반면

베트남 사람들은 당연히 불어식 발음인 '아베쎄'로 읽는다.


문제는 택시를 타고 갈 때

20A 건물이나 주소로 가야 한다면

영어가 다소 서툰 기사님께 마지막을 '아'로 발음해 줄 경우

훨씬 빠른 소통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ABC는 무조건 '에이비씨'라고 발음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데

왜 이렇게 발음하는 거지 하고 의아했는데

뒤늦게서야 세상에는 '에이비씨'로 읽는 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베트남을 이해하며 세상도 더 이해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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