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귀신의 달'을 아시나요?
미즈홍, 오늘 오픈했다는데
왜 이렇게 썰렁해?
보통 때 같으면
화환이 즐비했을 텐데 말이야
오늘 새로 오픈한 카페 앞을 지나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꽃을 좋아하고 개업, 개학, 선생님의 날 등
무슨 이벤트만 있으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온갖 꽃들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지나치게 진열해 두는 베트남에서
이런 큰 카페 앞에 개업 화환이 없다니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인근에 오픈한 매장들 주변에
모두 화환선물이 없었다.
원래 음력 7월엔
베트남 사람들은 아무것도 사지도 선물하지도 않아요
정말? 왜?
죽음의 달이거든요
미즈홍과 더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용은 이러했다.
음력 7월은 베트남에서 '귀신(영혼)의 달'로 불릴 정도로
매우 불운한 달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 시기에
죽음과 지옥의 문이 열려
귀신과 영혼들이 이승과 저승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닌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때는 가급적 결혼이나 중요한 거래는 물론
새로운 물건을 사려고 하지도 않고
외출도 자제하며 그저 한 달이 무탈히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이 시기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의 매출이
평달보다 급감하는 시기로 자동차 회사나 부동산 업체 등은
일부러 음력 7월에 대대적인 세일이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왜 음력 7월이 이런 억울한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
정확한 학술적 사유는 알 수 없으나
내가 느낀 바로는,
베트남의 이 '음력 7월'의 존재는 마치 우리네의 '아홉수'의 느낌과 매우 흡사한데
추측컨대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다시 시작한다고 믿기에
가급적이면 한 달 전부터 새로운 시기를 맞이하기 위해
웬만하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풍습이 생긴 것 같다.
베트남에 와서 1년 반이 지나서야
이런 문화를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베트남에는 참 미신들이 많다.
한국도 만만찮지만 베트남이 더욱더
어떤 시기에 금기시되는 것들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외국인이라 우리와 다른 것을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겠다.)
▼ 베트남의 또 다른 미신 문화가 궁금하시다면
베트남에 지내면 지낼수록
내가 아는 베트남은 정말 0.0001%에도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한국 분들에게는
음력 7월은 무조건 피해야 하는 시기이나
여행객의 입장에서 역으로 생각하면
베트남에서 조용하고 싸게 쇼핑을 하기에는 음력 7월이 제격이다.
올해의 경우 8/16~9/14까지가 음력 7월에 해당하니
혹시 추석 전 베트남을 여행할 계획이 있으신 분은
이 사실을 유념해 여행하시면
더욱 의미 있는 추억을 남기실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