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안 쉽니다.
(흐르는 눈물을 좀 닦고..)
베트남은 추석 때 쉬지 않는다.
다시 말해 추석 연휴가 없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주재원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해당 국가의 공휴일을 따라 쉬는데
베트남 주재원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 여간 억울한 것이 아니다.
베트남의 2023년 연간 공휴일은 주말 포함 19일로
한국의 67일 대비 약 28% 수준이다.
특히 이번 추석의 경우 한국에 있었다면
6일을 쉴 수 있었을 텐데..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베트남의 설날 연휴(Tết: 뗏, 뗏의 원래 의미는 명절) 공식 휴일이
주말 포함 약 일주일일 정도로
아주 성대하게 치러지는 반면
추석(Tết Trung thu: 뗏 쭝투)은 단 하루도 연휴가 없다.
우리가 설날과 추석연휴를 동일하게,
혹은 추석연휴를 좀 더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 한 해의 농사 결실을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던
우리네 추석과는 달리
베트남은 과거부터 비옥한 토지와 기후 탓에
빈번한 수확시기를 가져왔기에
(베트남은 오래전부터 최소 연간 3번 이상 수확이 가능했다고 한다)
추석보다는 설날에 더 큰 의미를 두어 왔다.
그렇다고 추석 분위기가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일전에 베트남 사람들이 추석 전까지 쇼핑을 자제한다는 얘기를 말씀드린 적도 있다)
▼ 베트남의 추석 전 으스스한(?) 분위기가 궁금하시다면
베트남의 추석은 ‘아이들의 명절'이다.
정확히 말하면 음력 8월 15일이
베트남의 공식 '어린이날(Tết Trẻ Em: 뗏 쩨엠, 어린이를 위한 명절)'이다.
추석은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움이 넘치는 날로
다작, 다산을 기원하며 과거 조상숭배에서 근래 들어 어린이날로
그 성격이 변모하였다고 한다.
이 날에는 월병과 같은 과자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날이 아닐 수 없다.
(베트남의 어린이날은 연간 총 2번으로
양력 6월 1일, 음력 8월 15일인데
물론 모두 법정 공휴일은 아니다.. 눈물 좀)
이 날 즈음에는 각 학교에서는 부모를 초대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노이 최대 관광지인 호안끼엠에는
추석 즈음 주말에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베트남 국기와도 닮은 별 모양의 막대기를 들고 다니거나
비눗방울을 날리며 추석, 아니 어린이날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누나는 얼마나 행운이에요
추석에 베트남에 있으니
추석 때 하노이로, 다낭으로 몰려오는
한국 여행객들의 뉴스를 접하며
한 베트남 동생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남들은 웃돈을 주고도 놀러 오는데
나는 얼마나 행복한 상황이냐 하고
긍정의 마음으로 추석연휴의 아쉬움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