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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Feb 25. 2024

베트남의 국민 신발

베트남 사람들의 최애신발템



베트남 사람들은 왜 운동화를 안 신을까?



베트남에 오래 지내면서 느낀

베트남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샌들'을 참 좋아한다는 것이다.


날이 너무 덥거나 폭우가 오는 날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위에는 깔끔한 오피스룩을 입고서는

신발은 뻥 뚫린 샌들을 신고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베트남은 이미 국민들이 운동화 한 켤레 정도는

사 신을 수 있을 정도로 경제성장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민무늬의 고무신과 같은

단출한 샌들을 무척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죽했으면 '베트남 사람들은 발이 갑갑한 느낌을 싫어하는 건가'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토록 샌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남아의 덥고 습한 기후적 영향도 크겠지만

나는 이를 그들의 국부(國父, 나라의 아버지),

'호치민의 패션'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오랜 시간 계획해 온

'베트남 역사투어'의 일환으로 호치민 여행을 잠시 떠난 적이 있다.

(베트남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계획된 투어는

결과적으로 대만족이었고, 이 역사투어에 대해서도 향후 연재할 예정이다.)


호치민의 각종 박물관들과 역사유적지들을 탐방하며

베트남 전쟁 당시의 참상과

전쟁이 현대 베트남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까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역사를 알아 갈수록 현재의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를

그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그러던 중 이 베트남 사람들의 최애신발템

'샌들' 부분에 대한 궁금증도 풀리게 되었다.


남베트남 해방민족전선(베트콩)

미국과 월남을 공격하기 위해 1968년 호치민 북서쪽에 만든

구찌터널(구찌땅굴)에는 전쟁 당시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을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복원해 놓았는데

특히 '폐타이어 샌들'을 만드는 기계와 과정 또한 자세히 연출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역사 가이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게 바로
호치민이 평생 신었던
바로 그 신발이에요



까만색의 고무신 같은 그 신발은

자동차 타이어 고무를 잘라

무심한 듯 툭툭 끈을 덧대 만들어져 있었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 당시

운동화를 살 여력이 되지 않았던 베트남 군인과 주민들은

폐타이어를 활용해 샌들을 만들었고

실제로 이 샌들은 베트남의 거친 정글에서도

오랫동안 신을 수 있을 만큼

착용감이 높고 내구성이 뛰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유난히 검소했던 국부 호치민은 전쟁이 끝나고서도

평생을 이 신발을 신었을 정도로

특히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일생을 폐타이어 샌들만을 신어온 호치민(오른쪽)]




때문에 아직까지 현대의 베트남 사람들도

이러한 샌들에 대한 애정으로

'호치민 스피릿(Spirit, 정신)'

일상에서 간직하려는 경향이 크다.


샌들사랑의 배경을 알게 되자,

이제는 베트남 사람들의 패션이

단순히 특이한 것이 아닌

경건한 마음으로까지 느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 또한 얼마나 편한지

이 신발을 신어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혹시 곧 베트남에 놀러 오신다면

검정 고무 샌들 하나 챙겨 오시는 게 어떨까?


베트남 사람들에게 엄청난 친근감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베트남 호치민의 역사유적지 구찌터널(Địa đạo Củ Chi)에 전시되어 있는 폐타이어 샌들과 제조기계]










[P.S.] 독자님들께 전하는 사과의 말씀

최근 두 달간 개인적으로 무척 바쁜 일정이 있어

그간 연재가 많이 늦었습니다.

저의 글과 안부를 궁금해하셨을 독자님들께

이 글을 빌어 글 업로드가 늦어져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는 주 1~2회 꾸준히 연재토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늦었지만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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