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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우 Dec 20. 2022

흔적

엄마가 어젠 오빠를 의자에 앉히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고 하신다. 오빠가 먼저 오른쪽 뺨으로 바닥에 엎어졌고 엄마는 오빠의 옆통수를 자신의 흉부로 누르면서 그 위에 엎어지셨다. 오빠는 아픈 걸 모르는지 껄껄 웃었단다. 모자는 근육 이완제를 한 알씩 챙겨 먹었다.

엄만 종일 우울해하셨다. 내가, 엄마는 약해지는데 오빠는 강해지네 이걸 어떡하지. 하니 엄마는, 내가 더 조심해야지. 하신다. 부어올랐던 오빠 뺨은 가라앉았지만 엄마 흉부의 통증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행주를 짜기도 어려울 정도로 흔적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내일은 엄마가 영민 엄마 집에 놀러 간다고 하신다. 영민 오빠는 몸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없는 거구의 지적 장애인이다.

“어제 영민 엄마랑 통화했는데, 영민이가 또 흥분해서 엄마를 때렸다고 하더라고.”

영민 오빠는 가끔 제 엄마를 때린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도지면, 마구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을 날리는 비극이 벌어진다. 영민 엄마는 그로부터 며칠을 온몸이 멍투성이인 채로 지내신다. 그렇게 영민 오빠 밥을 챙기시고, 영민 오빠의 목욕을 준비하시고, 집안일을 하신다.





엄마는 흉부의 통증을 느낄 때마다 바닥에 엎어져 자신 몸으로 아들을 누르던 순간이 기억나 고통스럽다고 하신다. 그래서, 아들이 자신 몸에 남긴 흔적을 보면서 지내야 할 영민 엄마가 새삼 정말 힘들겠구나 싶었다고 하신다.




어렵다 엄마. 하니, 그래 정말 어려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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