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너를 기록하기 위한 나의 이야기.
여태껏 애써 부인해 오던 너의 노화를 인정해야 했던 순간 나는 가슴이 찡하게 관통되는듯함을 느꼈다. 보송한 나의 아이, 13년 차 묘생을 살고 계시는 나의 늙은 고양이.
고양이는 대게 생후 1년 여가 되면 생리적으로 성묘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엔 13년이라는 -야생의 고양이들은 벌써 몇 번이나 가정을 꾸리고, 손자 손녀까지 다 보시고, 높은 확률로 이미 죽었을 - 시간이 흘렀음에도, 너는 여전히 나의 아가 고양이.
13년 동안 보류해왔던 너의 기록을 지금부터 하려는 이유는
너와 함께할 남은 시간을, 너와 살며 느끼는 이 감정을, 너라는 고양이를 자세하게 기록해 두고 싶어서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되어 내가 다시 너를 떠올리고 싶을 때 꺼내어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