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쐬는 길

전주의 숨길

by 종이벌레

매주 화요일 오전시간에는 독서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생태숲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전주에 살고 있으면서도 미처 걸어보지 못한 길을 발견하고 그들의 속살을 거닐어보는 시간은 아직 캐내지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조금 이르다생각되는 벚꽃엔딩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둘레길 방문이었지만 꽃잎이 거의 떨어진 벚나무의 꽃받침도 그리 어여쁜 것인지를 처음 느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그래, 그 말이 맞더라.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한히 확장되며 다채로워진다. 걷는 사람의 풍경은 느릴수록 가득 채워진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과 바람. 담백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여유로움을 바라보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크세주. 잊고 있던 삶의 표어도 되살아난다.


꽃이 벌써 지고 있다고 서운했던 감정이 연둣빛으로 가득한 숲을 바라보며 금세 흩어진다. 흘러가는 계절처럼 감정도 흘러가는 것이다. 그리고 닮으려 하지 않아도 그곳에 머물다 보니 자연을 닮아간다. 아니, 나도 자연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