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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Jul 16. 2024

산세베리아

주말은 식물들이 잘 자라는지 보살피는 날이다. 주기적으로 영양제를 넣어주고 애정을 듬뿍 담아 키우고 있다. 이사할 때 가장 많이 확인하는 것은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인가. 시골에서 살고 싶은 것도 식물을 풀어놓고 키우고 싶어서다. 길가의 콘크리트 사이에 난 식물들도 정말 예쁘고 좋다.


본가는 산 앞에 있는 아파트라 햇살이 아주 잘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집이라서 식물들이 아주 잘 자란다. 엄마가 집에 있는 식물들을 몇 개 가져오셨는데 뿌리가 나올 때까지 물에 담가 두었다. 다이소에서 사 온 5천 원짜리 스파게티 통의 뚜껑을 빼서 물을 채워 투명한 화분으로 쓰고 있다.


투명한 컵에 식물을 키우면 뿌리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어 좋다. 아무것도 없던 밑동에 자잘한 뿌리들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이 정말로 기쁘다. 이게 하나님이 자녀를 향한 마음인가 싶다. 뿌리가 없어도 이쁘고 뿌리가 나와도 이쁘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이쁘다. 자녀를 낳으면 똥만 싸도 이쁘다던데 그런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중 몇 개는 흙으로 옮겨 담고 싶어서 식물들을 살피다가 산세베리아가 흐물흐물해진 것을 보게 됐다.


나는 산세베리아를 이번에 처음 키우게 돼서 흙에 닿는 아랫부분이 노랗게 되는 것이 물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다. 내가 키우던 식물들은 노랗게 될 거 같을 때 물을 많이 주면 다시 초록색으로 싱그러워졌기 때문에 이전 것들과 같이 물을 흠뻑 주었더니 뿌리가 썩은 것이다.


속상한 마음으로 그제야 구글링 했다. 산세베리아 키우는 방법, 산세베리아 죽은 뿌리 살리는 방법, 산세베리아 수경으로 키우기를 검색했다. 어쨌든 살리는 방법을 키워드에 넣었다. 내가 좀 이렇다. 일단 해보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내가 사는 집은 사무실 겸 내가 주로 있는 공간인 큰 방보다 작은 방 침실이 더 밝다. 바로 앞에 전봇대가 있고 햇빛이 매우 잘 들어온다. 집을 보러 왔을 때 이전 세입자는 내가 자는 공간을 드레스룸으로 사용했다. 나는 불면증이 있기 때문에 자는 공간에 신경을 많이 써서 작은 방을 침실로 쓴다. 작은 방이 훨씬 밝고 햇빛이 잘 들어와서 아직도 방을 옮길까 고민하긴 하는데 작은 방은 크기가 작고, 앞집과 옆집이 가까워서 티브이 소리, 대화하는 소리가 다 들린다. 내가 사는 동네는 다들 빨리 자는 분위기라 저녁에는 조용해서 다행이다.


이전에 몬스테라를 작은 방 화장대 위에 두었는데 햇빛이 너무 세서 잎사귀의 매가리가 흐물흐물해진 적이 있다. 그래서 모든 식물은 큰 방과 욕실에서 키우고 있다. 산세베리아를 그 자리에 두었다.


산세베리아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서 키워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만 물을 줘야 한다고 한다. 썩은 밑동을 잘라 2~3일 정도 바싹 말린 후 흙에 다 다시 심으면 된다고 하니 그때까지 잘 살아 있으면 좋겠다. 부디 다시 잘 살아 주길 바라. 산세베리아 미안해 ㅠㅠ


사랑은 나를 주장하지 않고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나에게 낯선 방법일지라도 상대방을 알아가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산세베리아는 산세베리아의 삶이 있었다. 사랑은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이 내가 받았던 주입식 교육과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포자? 가 되었던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반올림을 배우는 날이었다. 왜 4는 반올림이 아니고 5는 반올림이 되는지가 궁금했던 나는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선생님, 왜 4는 올림이 안되고 5는 올림이 되나요?"


내 질문에 선생님의 얼굴이 회색이 되면서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너! 일어나 앞에 서 있어! 왜 5가 반올림되는지 그것도 몰라?!!"


(아니 모르니까 물어보지 않는데 왜 물어보나요... 슨생님... ) 나는 아직도 2 분단 2번째에 앉았던 그날의 내 자리, 책상 위치, 우유갑에 담긴 내 색연필, 선생님의 찡그려지고 못생긴 표정, 나를 쳐다보는 친구들, 내가 왜 혼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혼나고 있는 것에 대한 억울함, 쉬는 시간에 나에게 찾아와서 괜찮냐고 물어봐 준 친구들의 얼굴까지 다 기억난다. 나는 수학 수업 시간이 끝날 때까지 벌을 섰고, 반올림 이후부터 수학을 놔버렸다.


지금도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어렸을 땐 거의 호기심 딱지였다. 그런데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은 질문을 반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교육심리학에 관심을 두는 걸까? 나 같은 반동분자들이 사실은 반동들이 아닌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고, 제발 반올림을 포기하지 말아라. 내가 잘 알려줄게. 그 이후의 삶이 매우 고달파진다고 말해주고 싶다. 논리적 사고를 위해서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서른쯤에나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니 수학을 잘했다면 조금 더 마음이 강한 아이로 살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에 관해 관심이 아주 많다. 모든 기본 욕구를 가졌고 배우는 방식이 다르다. 자신의 발달 상황에 따라 배우는 것이 나는 진짜 공부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다. 많은 사람을 한 번에 가르쳐야 했던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암기식 교육을 가르쳤겠지만, 이제는 애들도 진짜 없는데 학습자 교육 방식이 가르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학교에서 나를 봉제 인형으로 대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자기 주도 학습자로 상당히 발달하였다. 굳~이 좋게 생각하자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했다. 책 읽기이고 글쓰기이다. 이건 선생님께 묻지 않아도 나 혼자서 잘할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고 결국 책 읽기와 글쓰기는 내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뭐 그렇다.


생명을 사랑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나는 나고, 타인은 타인인데 어떻게 하는 것이 소통을 잘한다는 걸까? 문화가 비슷한 한국인들도 양 갈래로 나뉘어 싸우는데 외국인 친구와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욕실 샤워기 호스를 들고 식물에 물을 주면서 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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