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르시시스트는 나의 주인인양 굴어댔다.

칼로 너를 찔러야 할 것 같다고

by 레몬숲

오후 6시 30분이 되면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그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6시 40분 - 7시쯤이 되었다. 현관문 번호키가 눌리는 소리가 나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불안해진다. 나의 교감신경계는 상황의 진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면 나는 문 앞에 서서 잘 다녀왔느냐고 인사를 해야 했고,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화를 냈다. 중증 우울증으로 나 자신도 돌보지 못하는 데 무슨 정신으로 인사를 하고 저녁을 준비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감정을 회피하고 있었다. 그사람과 같은 편이 되려고 내 욕구를 포기하고 있었다. 매일 나를 죽이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죽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한 번에 조용히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에게 내가 죽어 있는 모습을 보일까. 내 마음을 직면하여 살기에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죽여가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면 언제 또 큰소리를 낼지 몰라서 다른 사람과 연락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행동을 통제했다. 그가 집에 오면 좋았지만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가스라이팅 저주에 걸린 것이다. 그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갔다.




모든 게 본인 기준


내 기분이 어떤 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기분만을 맞춰주기를 바라며 본인이 원하는 그대로 하지 않으면 짜증 내고 화를 낸다.


집에는 정수기가 있었는데 나르는 컵에 물을 마시고는 닦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내가 그 물컵을 씻어 놓으면 나르는 화를 냈다.


"아 왜 정수기 옆에 있던 물컵을 씻어놔?"


"물을 마시고 컵을 그대로 두면 냄새 나서 씻은 건데?"


"아 이 물컵은 항상 이 자리에만 두라고."


"그러면 컵에서 냄새가 나도 그대로 두라고?"


"어!"


왜 냄새나는 컵을 못 씻게 하는지 너무나 의아했는데 나르네 집에 가보니 정수기 앞에 컵을 두고 물을 마시는 집안이었다. 나르가 연인과 부부사이를 맞춰가는 것이라 하는 것의 기준은 '자기 뜻'이다. 그는 나의 생각을 통제했다. 왜 오빠의 생각만 옳다고 말하냐고 하면 그는 맞춰가는 것 아니냐고 했고, 그건 오빠의 생각에만 맞춰가는 게 아니겠냐고 하면 너의 생각을 나에게 말하는 것도 네가 옳다고 말하는 거야라고 했다. 그는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자극하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험담하고, 자신에게 협력하길 원했다.




환자


나르에게는 없어지지 않는 티눈이 엄지발가락에 있다. 발가락의 티눈을 제거하면 피가 나오는데 침대 모서리에 나르의 티눈에서 나온 핏자국들이 묻어 있다. 하루는 나르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티눈이 없어져서 발을 만졌더니 만지지 못하게 했다.


"티눈이 없어졌네!"


"야 만지지 마"


"왜?"


"나 샤워하고 나왔잖아. 근데 너 손 안 씻었잖아"


"뭐야. 신생아야? 손 씻어야 만질 수 있는 거야?"


"어 나 샤워하고 나왔잖아."




나르시시스트는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항상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했다. 왜 그는 몇 없는 사람들과 친하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우울증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자존감이 너무 낮다고. 자존감 높다는 소리만 들었던 나는 그 사람들이 나를 오해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그는 나를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 있는 나를 아끼는 사람들을 험담하고, 그들에 대한 평가를 했다. 나는 그가 그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게 되면 분명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그는 한참 정서적으로 어리구나 생각했다. 준비가 되어가는 과정이겠지. 왜 나는 그를 수도 없이 이해하고 용서하려고 했을까.




결혼한 지 100일 된 날


그가 출근을 한지 얼마 안 돼서 전화가 왔다.


"어! 오빠 잘 가고 있어? 그런데~~ 오늘 무슨 날인 줄 알아?"


결혼한 지 100일 된 날이었다. 이벤트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하고 100일이 되었으니 나에겐 의미 있는 날이었다. 남들은 1주년씩 챙긴다고 하던데 나는 결혼하고 100일이 되었다는 게 참 기뻤다. 그래서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들뜬 나와는 달리 뭔가 급해 보였다.


“아 엄마가 같이 여행 가자는데 그날 시간돼?”


“아 언제인데? 근데 나는 아직 좀 부담스러운데”


나는 우울증이 심해져서 밥은 전혀 못 먹고 물만 마셔도 역류를 했다. 그는 내가 지쳐 누워있으면 자기만 먹을 것을 사 와 혼자 주방에서 먹었다. 그가 밖에 나가면 쓰레기통에 음식 포장 껍데기가 버려져 있었다. 그가 정말 불쌍했다. 어떤 인생을 살았으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걸까.


식이 장애가 있는 나에게 그는 "넌 배려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점점 모르는 상태였고 얘기해 봤자 나만 오해를 받으니 점점 고립이 되고 있었다.


누굴 만나려면 나르시시스트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대중교통도 못 타고 사람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데 시댁 식구들이랑 같이 가는 여행이라는 게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정말 별 것 아닌 '아직 부담스럽다'는 당연한 말이었는데 그가 화가 났다.


“아니 엄마가 가자고 하는데 왜 안 가?”


“오빠, 어머니가 오늘 아침에 같이 여행 가자고 하신 건데 지금 당장 결정해야 돼?”


“너랑 의견 안 맞으면 다 못하고 다 안 가냐?!!!!!"


나는 그의 말에 전화를 끊고 카톡을 보냈다. 그의 고함을 듣고 싶지 않아서다.


"전화해서 짜증 낼 거면 전화하지 마. 나는 오늘이 결혼한 지 100일이라서 나에게는 뜻깊어서 알아주길 바랐는데 뭐가 그렇게 답답하고 뭐가 그렇게 짜증이 나? 언제까지 내가 오빠를 어르고 달래야 돼? 아침부터 오빠랑 말이 안 맞는다고 전화해서 짜증 내는 사람이 어딨어. 얼굴 보고 이야기해도 되는데"


“아 진짜. 아니 갑자기 결정해야 되니까 전화한 거잖아. 엄마가 지금 물어보니까 그런 거지. 엄마가 전화까지 왔는데. 야! 너는 가지 마.”


“왜 오빠는 당장에만 급급해서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지”


“아니 전에도 물어봐서 보류했고 지금도 물어보니까 대답하는 게 맞지. 내가 뭘 함부로 해. ”


“어머니가 오빠한테 물어본 것을 나한테 말해준 적 있어? 나는 여행 간다는 말을 지금 처음 들었잖아. 다른 사람이 나한테 오빠처럼 행동했다면 오빠는 그때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 정말 묻고 싶다. 오빠가 이렇게 하면 나는 더 어렵게 되는 거야. 맨날 같은 걸로 되풀이되는 거면 이유도 같은 것일 텐데, 나를 답답하게만 생각하고 있잖아. 나를 좀 더 존중해 주면 좋겠어.”


“나는 그동안 잘했고 너 편이었고 근데 너야말로 매너 없이 전화 끊고 지금 당장 말해줘야 하는 거 물어봤더니 나중에 얼굴 보고 말해도 된다고 하니까”


“내가 목소리 커지면 끊겠다고 했지? 근데 오빠가 큰 목소리 냈고 답답해했잖아. 나는 오빠가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 불안하다고 했잖아. 내가 울고불고해야 멈추잖아. ”


“내가 뭘 너한테 그렇게 바라는 게 많냐? 다 네가 원하는 거 맞추려고 하고 하는데 이거 하나 부탁드려 주는 게 그렇게 힘드냐? 어제도 오늘도 너 핸드폰 빛 때문에 잠 설쳐서 오늘도 피곤한데”


“오빠가 분명히 불 다 끄면 괜찮다고 했잖아. 그래서 천막도 치고 이어폰도 꼈잖아. 나는 영상 보면서 오빠랑 맛있는 거 어떻게 해 먹을까 생각한 건데. 그게 그렇게 잘못인지”


"야 정말 너무 힘들다 그냥 여행 안 간다고 할게"


"오빠 혼자 가. 앞으론 오빠가 하고 싶은 것에 방해 안 할게. 오빠는 나랑 대화하고 싶은 게 맞는 걸까.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데. 개인주의적인 오빠의 가족문화를 내가 잘 모를 수도 있는 거잖아. 오빠는 소리 지른 것이 아니라고 하겠지. 오빠랑 나는 다른 사람이야. 나도 이젠 너무 내 탓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야겠어. 백 일을 챙겨달라고 말한 게 아니라, 우리가 백일이나 같이 했다고 기쁜 마음으로 말한 건데 이것이 왜 오빠에겐 답답함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어머니께 지금 결정해서 전화드려야 하는 것인지 물어봤잖아. 오빠랑 내가 의견이 안 맞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잘 설명해 줄 수도 있잖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없었고, 백일을 챙길 수 있으면 좋지만 일하느라 바빠서 잊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여행 설명은 시간이 없었고"


"그러니까 설명은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는 거지? 시간이 없어서 설명을 못했으면 결정은 왜 지금 당장 해야 하는데? 결국은 짧은 시간 안에 결정을 해야 되니까 오빠 결정에 안 따라주니 답답한 거잖아. 누나가 당장 대답하래? 그러면 나랑 얘기해 보고 다시 말해보겠다. 지금 교회다 하면 될 것을. 오빠는 이미 결정을 했으니 내가 답답하게 느껴지겠지. 그리고 나는 어머니가 오빠한테 그렇게 전화하신지도 몰랐잖아. 오빠가 결정해 놓고 우리 집은 안 간다고 괜찮다고 말하고 너는 안 가도 돼 이러면 나는 그냥 오빠 말대로 따라주길 바라는 거잖아."


"그래 맞아. 근데 한 번쯤은 그대로 따라주면 안 돼? 엄마도 더 연세 들면 여행 못 다녀. 그래도 사역자라면 어떤 일이든 책임감은 가지고 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난 어떻게 사역하냐? 몸도 피곤하고 마음은 더 괴롭고 진짜 힘들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스스로 통제가 안되고 상대방의 생각과 기분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가까이에 있는 만만한 사람에게 자신이 감당해야 할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며 책임을 떠넘긴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상대방을 굴복시켜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려 하는 것이다.




넌 배려심도 없어


그는 나의 의견을 자신에게 하는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내 힘으로는 도저히 이 사람을 멈출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나의 상태가 안 좋아지자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이미 상담을 받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제발 상담을 받자고 하면 너는 왜 인간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하냐고 하면서 거부했다.


내가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갈등이 생기니 유튜브에 있는 전문가들의 영상을 카톡으로 공유했다. 그러면 그는 "넌 늘 너한테 유리한 것만 공유하더라"라고 말했다. 내 말도 안 듣고. 전문가들의 말도 안 듣고. 어쩌라는 걸까.


모든 것은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가 사 온 과자를 허락받지 않고 먹는 날엔 나를 아주 교양 없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그는 나의 물건은 함부로 가져갔다. 집에 있는 내 물건이 사라지면 그건 그의 차에 있었다. 그는 착취자였다. 그는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해석했다. 어떤 선택을 해도 그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했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계속 말을 바꿨다.


그는 내가 우울증에서 이겨내는 것을 싫어했다. 사람들에게는 내 우울증 때문에 일하기가 힘들다고 해놓고 내가 우울을 이겨 내려 노력을 한다거나 긍정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려고 하면 본인이 힘든 얘기를 했다. 그리고 꼭 내 기분을 망칠 말을 하며 배려심이 없다고 했다. 마치 내가 행복한 것을 못 견디는 사람처럼, 내가 행복해지는 게 불안한 사람처럼 보였다.




너는 정말 사람의 성질을 끝까지 건드려. 좀 기분보고 적당히 해야 하는데


당시 나는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다. 10대 때부터 일을 시작하고 30대 초반이 되기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왔기에 좀 쉬고 싶었다. 그리고 나르시시스트로 인해 정신병을 얻고 미쳐가고 있어서 사람이라는 존재가 있으면 숨이 막혔다. 그는 쉬고 있는 나에게 게으르다고 말했다.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그는 쉬고 있는 나를 부러워했다. 자신은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


"오빠는 쉴 수가 없으니까 쉬고 있는 나를 질투하는 거잖아." 물으니

그는 "맞다"라고 했다.


그는 한 달에 100만 원을 주었다. 그다음은 80만 원이었다. 그는 내가 밖에 나가서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싫어했다. 둘이서 이 돈으로 당연히 살 수가 없지 않은가. 그가 준 100만 원은 공유하는 것에만 썼다. 나는 내 개인으로 들어가는 돈은 내가 모아둔 돈에서 썼다. 그러나 그는 갈등이 생길 때 "니 병원비는 네가 알아서 하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미 그러고 있었는데. 그는 아픈 나에게 "너랑은 결혼을 하면 안 됐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자존심이 상할까 봐 돈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걸 왜 몰라? 네가 나를 미치게 한다고!


잘 울고 잘 웃던 나의 감정 서랍은 점점 무표정으로 변해갔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직면하기에 나는 너무 여렸고, 그나마 감정을 닫아야 당장이라도 옥상에서 뛰어내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나의 풍부한 감정서랍을 닫으면 그는 괴로워했다. "그렇게 하는 게 내 피를 말린다고!" 그러다 내가 제발 그만하라고 화를 내면 좋아했다. 나르시시스트는 나의 괴로움에 기생하여 사는 존재 같았다. 나는 그의 행동이 점점 우스웠고 이런 사람을 남편으로 선택한 나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그는 나를 점점 미치게 했다. 나는 그의 말 때문에 너무 아프다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빌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기를 바꾸지 말라고 말을 했다. 내가 지쳐 마음을 닫고 원하는 대로 해주면 나를 무시하고, 내 생각을 말하면 자기를 무시하냐며 발광했다.


그의 목적은 나의 요동치는 감정에 기생하여 자기의 불안한 감정을 위로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안 되면 화가 나고, 내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해주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화가 났던 것이다.


그는 나에게 자주 "너는 잘못한 것이 없냐"라고 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억지로 생각해 내서 "오빠를 남편으로서 존경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고칠 테니 말을 해달라고 하면 "그걸 왜 모르냐"며 말을 안 해줬다.


왜냐? 나는 정말 잘못한 게 없으니까. 나는 점점 시키는 대로만 하는 봉제인형이 되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고칠 테니까 뭔지를 말해줘"


"너는 정말 잘못한 게 없어?"


"나는 진짜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너는 정말 잘못한 게 없어?"


"미안해 근데 나 진짜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그걸 왜 몰라?"


늘 같은 패턴의 말이었다. 내가 잘못한 건 널 고른 거다. 개자식아




네가 진짜 폭력이 뭔 줄 알아?


나르시시스트들은 거짓말에 능하다. 자신의 감정쓰레기를 처리할 만만한 상대가 필요한 것이기에 분열된 자아를 그대로 보인다면 먹잇감을 놓칠 수밖에 없다.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맥락 없는 얘기를 하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는 말을 한다. 맥락이 맞는 말을 하라고 하면 그건 내 방식이다. 논리가 없으면 좀 어떠냐고 말한다. 그가 알아들을 수 있게 그가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면 곧 발작 버튼이 눌린다.


대화가 전혀 안 되는 사람에게 말하는 지옥이 어떤 것인지는 경험해 본 사람 만이 안다. 나의 우울증세가 점점 심해지자 일주일에 한 번씩 이혼을 하자고 하더니 그다음엔 화분을 던지고 옷걸이를 부수고 의자를 던지고 손에 잡히는 것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우스운 것은 법의 테두리 밖으로 나가지 않을 때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는 나의 집에 몸만 들어온 것이기에 나의 집엔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있었다. 그가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집어 들면 나는 정신 차리라고 말하면서 그를 밀어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래 쳐봐 쳐보라고! 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느냐고 폭언도 폭력이다. 말했더니 그는 말했다.


"네가 진짜 폭력이 뭔 줄 알아? 니가 나처럼 맞아봤어? 아빠가 날 어떻게 때렸는지 알아?"


나는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는 나를 불안하고 미치게 했다. 언제 화를 낼지 모르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계속해서 나를 지적하고 비난했다. 그러면은 나는 '이런 말을 하면 안 돼. 이런 행동은 하면 안 돼' 스스로 검열했다. 의견을 이야기하려는 내 말은 다 무시했다. 나는 갈등이 너무 싫었기 때문에 점점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됐다.




너 아까 그런 얘기는 뭐 하려 했어.


나는 결혼하기 전엔 맞고 사는 여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겉보기에 순하고 얌전하고 어른들에게 예의 바른 유형의 사람이었다. 엄마가 나에게 잘 지내고 있느냐고 전화를 할 때마다 둘이 사이가 안 좋은 상태였다. 사실 계속 안 좋은 상태인데 엄마에게 전화가 온 것뿐이다.


엄마는 "또 싸웠어? 왜 자꾸 싸워~ 화해하고 와"라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참 노력을 많이 하셨다. 그가 좋아하는 비싼 게장을 손수 만들어 보내고, 좋은 여행지에 데려갔다.


그는 친정 부모님 앞에서 나에게 잘해줬지만 친정 부모님 앞에서 "잘 가겠다" 인사하고 차 문을 닫으면 말했다. "너 아까 그런 얘기는 뭐 하려 했어?" 나는 친정 집에 가는 것을 점점 두려워하게 됐다.




칼로 너를 찔러야 할 것 같다고


상황은 점점 안 좋아졌다. 나는 그가 앞에 있으면 밥을 먹다가 중간에 역류하여 화장실에 가서 다 게워냈다. 이렇게 상대방이 괴로워하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할까 생각해 볼 만도 한데 그는 자신의 행동에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에 괴로워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는 나를 보며 그는 소리를 질렀다.


"네가 울면 칼로 너를 찔러야 할 것 같다고!"


그는 내가 울면 칼로 찌르는 상상을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은 저녁밥을 같이 먹다가도, 외출을 했을 때도 일상에서 툭 내뱉는 말이 되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아예 요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주방에 있는 칼만 보면 몸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악마를 보았다. 영혼의 착취자. 나르시시스트.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는 한쪽이 죽어야 끝이 납니다. 절대 좋아지지 않거든요.

현실은 늘 상상보다 더합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아무나 집에 들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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