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어려운 이유는 감정 단어를 몰라서 그렇다. 그리고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혹은 감정을 수용받고 공감받은 경험이 흔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 보고 나의 감정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감정을 수용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랬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하려니까 어려웠지만 글쓰기는 언제나 나의 편에서 내 말을 들어주었다. 내가 썼던 감정일기 방식을 공유하고 싶다. 주로 비폭력대화에 나와 있는 것들을 참고했다.
첫째, 최근이나 오늘 일어난 사건 중에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일들을 육하원칙을 사용해 길지 않게 적는다.
[육하원칙]
누가 -
언제 -
어디에서-
무엇을 -
어떻게 -
왜 -
둘째, 그 순간에 내가 느낀 감정을 자유롭게 적어본다. 이때는 감정리스트를 참고하면 좋다. 감정단어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감정단어]
-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마음 신호(감정, 느낌)
감동받은 흔쾌한 친근한 느긋한 진정되는 당당한
뭉클한 경이로운 뿌듯한 담담한 잠잠해진 살아있는
감격스러운 기쁜 산뜻한 친밀한 평온한 생기가 도는
벅찬 반가운 만족스러운 친근한 흥미로운 원기가 왕성한
환희에 찬 행복한 상쾌한 긴장이 풀리는 재미있는 자신감 있는황홀한 따뜻한 흡족한 차분한 끌리는 힘이 솟는
충만한 감미로운 개운한 안심이 되는 활기찬 흥분된
고마운 푸근한 든든한 평화로운 신나는 기대에 부푼
감사한 포근한 후련한 가벼운 짜릿한 두근거리는
즐거운 사랑하는 흐뭇한 누구러지는 용기 나는 들뜬
유쾌한 훈훈한 홀가분한 고요한 기력이 넘치는 희망에 찬
통쾌한 정겨운 편안한 여유로운 기운이 나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의 마음 신호(감정, 느낌)
걱정되는 까마득한 암담한 염려되는 근심하는 신경 쓰이는 뒤숭숭한 무서운 섬뜩한 오싹한 겁나는 두려운
진땀 나는 주눅 든 막막한 불안한 조바심 나는 긴장한 떨리는 조마조마한 초조한 불편한 거북한 겸연쩍은
step4 나는 그녀가 나를 본인의 잣대로 판단하고 나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이 짜증 났구나. 그보다 내가 마음에 있는 말을 제대로 그때 그때 하지 못하고 그녀의 입장을 너무 많이 이해하려고 한 것이 답답했구나.
감정을 인식하며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느끼고 있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나와의 관계에서 해결이 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이는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나를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을 그대로 두어 혼자서 정신적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나는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마음으로' 함으로써 나 자신을 소진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무례하다고 하면 그 무례한 사람의 감정이 상할까봐 무례하다고 말도 못하는 내가 머저리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정한 선을 함부로 넘어오는 사람에 대해서 들이받지는 못하더라도 왜 그러냐고 반문하며 웃어만 주지는 않는다. 내가 내 감정을 바로 쳐내지 못하는 것은 말로 인해 감정이 상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의 말로 누군가가 마음이 상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다. 끝까지 그녀에게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좋네요"라고 사려 깊게 이야기해도 돌아오는 것은 "왜 인정하지 않느냐"고 "왜 남 탓만 하고 있느냐"는 대답이었다. 나는 그저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그것이 남탓이라고 느낄 수 있구나. 그래 세상에는 아무리 좋게 대해줘도 못 알아듣는 인간들이 있구나. 그냥 놔둬야 하는구나. 그래 나는 성장했어.내 마음에 울리는 경보를 무시하지만은 않았어.
그렇다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욕구(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자율성이 중요하다. 나라는 존재를 객체로 인식하고 존중히 대해주길 원한다. 나는 책임감과 평등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통이 되지 않을 때 능률은 떨어지며 지지받고 있을 때 성장한다. 나는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표현하면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대화를 해서 풀리지 않은 일은 없다고 믿지만 못 알아듣는 인간이 있다면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 지나치게 상대방을 존중하고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어떤 것에서도 자유롭고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는 내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나는 나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본인이 하는 행동이 인격장애인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 앞에서는 잘한다 잘한다 소리를 들으니 정말 잘하고 있는 건 줄 알겠지. 선택적 무례함을 가진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르겠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진짜 부끄러움이다. 그래 너의 우물 안에서 살아. 내가 그릇이 더 큰 것을 어쩌겠니. 라고 생각했다.
감정일기는 인지행동 치료의 생각기록지의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아래는 인지행동 치료의 생각기록지다.
1. 상황
- 기분 나쁜 상황을 일으키게 한 일이나 생각 또는 상황은 무엇이었습니까?
- 있었다면 어떤 기분 나쁜 신체적 감각을 느꼈습니까?
2. 감정
- 이 상황에서 발생한 자신의 감정은 무엇이었습니까?
- 그 감정의 정도는 얼마나 심했습니까? (1-100%로 평가)
3. 자동적 사고
-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마음속을 스쳐갔습니까?
- 그것들은 얼마나 믿었습니까?
4. 적응적 반응
- 어떤 사고의 왜곡을 했습니까?
- 그것들은 얼마나 믿었습니까?
5. 결과
- 이제 각각의 자동적 사고를 얼마나 믿고 있습니까? (1-100%로 평가)
-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며 그 정도는 얼마나 심합니까?
- 이제 무엇을 하려 합니까?
감정일기의 마무리는 항상 감사할 것 3개를 적는다. 그리고 떠오르는 성경 말씀이나 유명한 어구들을 적어둔다.
오늘의 감정일기
1. 최근 또는 오늘 가장 마음에 남아 있는 사건(상황)을 육하원칙을 사용해 객관적으로 적어주세요.
2. 그 순간 느껴진 나의 감정을 개수에 상관없이 적어주세요. (감정카드, 감정단어를 활용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