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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작가 Nov 17. 2022

호주 워홀 - 블루마운틴에서 우연히 만난 새 친구

호주워홀 - 시드니

호주 시드니 워킹 홀리데이 3일 차! 나는 호주에서 꼭 가봐야 한다는 블루마운틴에 가기로 했다. 처음엔 블루마운틴이 시드니 시내에서 가까운 줄 알았지만 지하철로 2시간 이상 가야 하는 먼 곳에 있었다. 그래도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내가 머물고 있는 타운홀 역에서 블루마운틴이 있는 카툼바 역까지 가는 길, 호주의 지하철은 한국 지하철보다 한국의 기차와 비슷했다. 두 명씩 앉을 수 있는 자리 중 창가에 앉아 바깥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했다. 평소에도 바깥 풍경 보기 좋아해서 그럴까? 처음 마주하는 호주의 시골 풍경을 보고 있으니 금세 카툼바 역에 도착했다.



카툼바 역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카툼바 역

잠시 사색에 잠겨 어디까지 왔는지 몰랐지만 카툼바 역에 가까워지자 수많은 여행객들이 내릴 준비를 했다. 나도 분주해진 객실 내 분위기를 느끼고 천천히 내릴 준비를 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따스한 햇살과 상쾌한 공기가 여행에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조용한 시골 풍경과 오래되어 보이는 역사 속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나도 사람들을 따라 블루마운틴 방향 출구로 나갔다.


카툼바 역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모두 블루마운틴으로 가는 거 아니었나?..."


당황하며 멀어져 가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많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소수의 개인 여행객들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그중 한 사람을 따라 블루마운틴 여행사에 들어가서 지도를 받고 간단한 설명을 들었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켜고 버스로 갈 수 있는지 물어봤다. 대답은 알아듣기 쉬운 'sure'이었다. 안도하며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여행사를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 앞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여행 가방을 메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다음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주변을 잠시 구경한 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처음엔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영어를 잘 못한다는 것을 알아챈 듯 천천히 다시 물어보기 시작했다.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 버스 (this bus)..."


몇몇 단어들을 들은 후 이 버스가 블루마운틴에 가는지 물어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Yes! Yes!"


나는 자신 있게 예스라 대답을 한 후 나도 블루마운틴에 간다고 했다. 처음엔 무서워 보였던 그 사람의 얼굴이 밝아졌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두바이에서 왔으며 호주로 잠시 여행을 왔다는 이야기, 함께 블루마운틴 여행을 하자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나의 모습이 신기했다.



세자매봉
블루마운틴 세자매봉

새 친구와 함께 탔던 버스는 어느새 블루마운틴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카툼바 역에서 사라졌던 사람들 모두 여기에 와 있는 듯했다. 전망대에서 거대한 블루마운틴의 모습과 사진 명소인 세자매봉을 배경으로 두바이 친구와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혼자 왔으면 몇 장의 셀카 사진만 남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니 그 친구가 더 반갑게 느껴졌다.


메인 전망대를 뒤로하고 산책로를 따라 블루마운틴을 걸었다. 우리는 두바이와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고 블루마운틴 곳곳을 돌아다녔다. 



시닉 월드
시닉 월드 레일웨이

다음으로 블루마운틴 중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시닉 월드로 향했다. 시닉 월드는 케이블웨이, 스카이웨이, 워크웨이, 레일웨이라는 네 가지 액티비티가 있는 곳으로 블루마운틴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바닥이 유리로 된 거대한 케이블카를 타고 산 건너편으로 이동한 뒤 급경사의 레일웨이를 타러 갔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다는 블루마운틴 레일웨이는 방송으로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직접 보게 되니 그 경사가 엄청났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던 레일웨이에서 내리면 대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숲길이 나온다. 거대한 밀림 속을 걷고 있으니 무슨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으나, 그 환상은 파란색 케이블카를 보며 끝났다. 복층 구조의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던 산을 다시 올랐고, 출구 앞 기념품 가게에서 두바이 친구와 작별 인사를 했다.


다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타운홀 역으로 가는 길. 호주에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블루마운틴을 우연히 만난 낯선 친구와 함께 여행했다는 사실이 거짓말 같았다. 평소 여행을 할 때 계획하고 다니는 성격이지만 가끔은 계획 없이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는 것도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 한적한 시골 풍경은 곧 도시의 모습으로 변했고, 나는 익숙해진 그곳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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