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나는 모임을 3개나 신청했다는 것을 지인에게 말했다.
"마음이 헛헛한가 보다. 그런 시기인가 보다. 그럴 때가 있지." 그녀가 내게 말했다.
나에게도 혼자가 좋았던 시간들이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카페에 가고, 혼자 책을 읽고.. 스스로 채우는 혼자만의 온전한 시간들이 좋았다. 혼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시간들은 흐트러짐 없이 규칙적인 배열 같아서 마음에 안정감을 주었다.
감정 소비가 심한 나는, 감정의 노예였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주고 상처를 받고 감정을 소비하는 과정들이 싫었다. 사람에게 상처받기 싫어하는 나는, 감정을 주고받는 것을 배제했다. 사람을 믿지 않고 살아왔다. 사람은 늘 모순이고, 변덕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저 나를 위해 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나로 인해 삶을 채워가는 순간들이 좋았다. 무의미한 관계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만이 오롯이 진짜인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타인에게 기대지 않는 삶을 사는 것. 그게 나다운 것 같았다.
규칙적으로 잘 정리되어 온전했던 나의 마음에 어느 바람 하나 스쳐 지나갈 때면 마음이 뻥 뚫린 것 같이 헛헛했다.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 마음을 닫고 사는 나였지만, 어느 바람 하나 불어오면 그 바람에 내 마음을 실어 보냈다. 내 마음을 싣고 떠나버린 바람은 돌아오지 않았고, 빈 마음을 달래려 나는 사람들 속에 함께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하려 했다. 빈 마음을 채우기 위해 이제는 사람과 대화를 섞고, 마음을 주고받아야만 했다. 혼자인 것을 택했지만 사실 혼자이기 싫었던 것이다.
술에 취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예쁜 언니와 기분 좋게 소리를 질렀다. 참아왔던 울음을 닭똥같이 흘렸다. 술을 마실 때면 나는 그렇게 모든 감정들을 토해냈다. 낯을 많이 가리고, 표현을 잘하지 않는 나지만, 술에 취해 내 얘기를 하고,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게 좋았다. 우리들은 집에 가기 전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우린 그저 연락처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의미 없는 연락처 주고받는 행위만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 속에서 웃고 떠들며 잠시 행복했다. 술에 취해 어울리는 시간들 속에 잠시 즐거웠다. 왁자지껄 사람들 속에 있다가 헤엄쳐 나오면 다시 마음이 비어있었다. 역시 또 혼자였다. 누군가를 만나면 만날수록 더 누군가를 찾게 되었다. 갈증이 있었는지도 모르다가 잠깐 맛 본 물 맛에 계속해서 물을 찾아다녔다. 더 새로운 만남, 더 새로운 사람을 찾아 헤매며 계속해서 갈증을 채워나가려 했다.
채우려 했지만 채워지지 않았다. 거품으로 가득 찬 마음을 보고 즐거워하며 다 채워졌다 착각하며 살아가다가, 어느 날 순식간에 가라앉은 거품들 사이로 바닥이 보였다.
외로움이었다. 결국 그 무엇으로도 내 마음은 채워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