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할 것이 있음에도, 아침부터 컴퓨터 켜서 한다는 게 인터넷 서점 둘러보기, 덕질 중인 아이돌 기사 있나 찾아보기, 그러다 각종 재미난 너튜브 보기, 살짝 양심에 찔리니 너튜브 끄고 음악 틀기, 음악을 틀었으니 다시 반복. 그러고 있다.
동화학교 다니던 시절 김병규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원래 그래요. 나도 컴퓨터 켜면 한두 시간은 딴짓해요." 하셨다. 그러니 죄책감은 갖지 않기로 한다. 게다가 브런치로 들어와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오전 시간을 몽땅 '딴짓'으로 날리진 않게 되었다. 다행이다.
뇌는 일하기 싫어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그래, 내가 잘못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뇌가 그렇게 생겨먹은 거야.' 했다. 그러나 그 글의 요점은 뇌는 원래 그러하므로 우리가 어떻게 길들이느냐가 중요하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암요, 그래야지요. 뇌가 노는 걸 좋아한다고 계속 놀기만 하면 아니 되겠지요...
작가들에겐 대부분 그들만의 루틴이 있다. 어떤 분은 글을 쓰기 전에 손을 매우 정성 들여 씻는다고 했다. 손을 씻으며 마음을 준비시키는 거다. 멋졌다. 어떤 분은 인터넷 쇼핑을 한다고 했다.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정이 갔다. 다만, 글만 쓰기 시작하면 자꾸만 택배가 쌓인다는 한숨에는 마냥 웃지 못했다.
나는 어떤 날 세상의 재미난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가장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글쓰기에 나섰나 생각해 보았다. 대체로는 외부적 압력(마감)이 동력이 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의 경우 '주문'이 유효했다. 우선 출근 시간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머릿속으로 혼자 계획을 설명하고 질문하고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나가다 보면 어렴풋하던 것들이 선명해지기도 하고 장면을 어떻게 이을 것인가에 대해 답을 찾기도 한다. 그 과정은 내가 나의 뇌에게 '나는 곧 이런 이런 일을 할 거야, 그러니 너도 준비해.' 하고 주문을 거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이 괴롭지 않도록 뇌도 좋아할 어떤 선물을 주면서 했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는 것. 혹은 지금 생각하는 것들이 어떤 결과물로 나오게 될지에 대해 상상 한 스푼 보태기 같은 것.
일타강사로 유명한 이*영 강사가 수업 중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이 담긴 쇼츠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도 꽤 감명을 받았더랬다. 초점은 '게으르고 나태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뭔가를 노력해서 성취해 낸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였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수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뇌를 달래고 다스려 설정한 목표치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 그건 물건 몇 개를 샀을 때, 내가 좋아하는 영상 몇 개를 봤을 때 느꼈던 만족감 보다 훨씬 깊이 있는 기쁨이었다.
그러니, 놀고 싶은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도 뇌를 잘 다스려 봅시다! ^^